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도로 환경미화원의 과도한 업무부담을 고려하면 대동맥박리와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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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27회 작성일 23-03-16본문
【요 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도로 환경미화원에게 하루 2회(새벽 및 오후) 근무 및 실외근무의 특성, 낙엽철 업무량 증가 등 과도한 업무부담을 고려하여 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동맥박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1구단2967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9.16.
* 판결선고 : 2021.10.28.
【주 문】 1. 피고가 2020.6.4.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77.*.*.생)는 2008.1.경부터 ○○시 A구청 소속 도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였는데, 주6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여 주중에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및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8시간씩 근무하고, 토요일에는 오전 4시간씩 근무하였으며, 낙엽철인 10월, 11월, 12월에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휴무 없이 오전 근무를 하였다.
나. 원고는 2019.10.29. 오전 5시경 출근하여 오전 7:30경 도로에서 낙엽을 청소하다가 흉부 및 목에 통증이 발생하여 응급실에 내원한 결과 ‘대동맥박리(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고, 2019.10.30. 벤탈술식 대동맥판막인공판막치환술, 상행대동맥인조혈관치환술, 좌우관상동맥이식술, 궁부대동맥인조혈관치환술을 받았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20.6.4. 원고에게 ‘발병 1주 전 업무시간이 45시간 38분, 발병 4주 전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46시간 1분, 발병 12주 전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42시간 6분으로 재해발생일 이전 가을철 청소작업이 일부 증가하였으나,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돌발 상황이나 업무내용상 과도한 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업무가중요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이 사건 상병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근거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0.11.1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호증, 을 제1,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오전(5시~9시) 및 오후(1시~5시) 근무를 하여 하루 2번의 출퇴근을 한 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10월은 가을철 낙엽으로 평소보다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는 달인 점, 이 때문에 원고가 2019.10.에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근무하여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앞서 거시한 증거들 및 갑 제5, 6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 법원의 아주대학교병원장,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1주 동안 평균 근무시간은 45시간 38분, 4주 동안 1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6시간 1분, 12주 동안 1주당 평균근무시간은 42시간 6분 상당으로 확인된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경우 고용노동부고시(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2017.12.29. 고용노동부고시 제2017-11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뇌혈관 질병 등의 업무시간 관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나, 이 사건 고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 3] 중 제1항 (다)목의 위임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뇌혈관 질병 등에 관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에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는 주중에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및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두 차례로 나누어 근무를 하였고 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휴게시간 동안 원고와 같은 도로 환경미화원을 위하여 별도의 휴게공간이 마련된 바도 없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하루 2번의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러한 특수한 근무시간에 따라 이중으로 소요된 출퇴근시간도 업무시간에 준하여 평가함이 타당하고,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대중교통 이용시 하루 2시간 16분 내지 2시간 48분, 자가용 이용시 하루 1시간 24분 내지 1시간 28분의 출퇴근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출퇴근시간을 반영하였을 때 원고의 실제 근무시간은 앞서 확인된 시간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 아울러 원고의 업무에는 아래와 같은 다수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존재한다. 이는 심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정도의 과중한 육체적 부담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① 원고는 도로 환경미화원으로서 도로 청소, 적치물 처리, 제초 업무 등을 담당하여 그 육체적 업무강도가 적지 않았고, 상시 도로 소음에 노출되고 도로변에서 차량과의 충돌사고의 위험이 있어 차량 통행에 주의하여야 하였으며, 실외근무의 특성상 폭염, 추위 등 온도변화와 미세먼지와 같은 외부적 유해요인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근무하였다.
② 출근시간이 매일 오전 5시로 새벽기상이 요구되었고 퇴근시간도 오후 9시로 상당히 늦었다. 원고가 최대한 수면시간을 넉넉히 확보하여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수면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일 6시간의 수면밖에 취하지 못하는 것이고, 출퇴근시간, 세면 및 식사시간, 작업도구 준비시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면시간은 더 적었을 것으로 보여져, 원고는 장기간 수면시간 부족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단된다.
③ 특히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2019년 10월은 낙엽철로 주말에도 휴무 없이 근무를 하도록 정하여져 있었다. 실제로 원고는 2019년 10월에 단 하루의 휴가만을 사용하였을 뿐 나머지 30일 동안은 주중 8시간, 주말 4시간 근무를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휴일 부족으로 인하여 업무로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이에 대하여 원고의 동료들은 ‘위 2019.10.경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 평소보다 쓰레기봉투를 4~5배씩 더 사용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졌고, 도로 환경미화원들로서는 업무량 증가와 무관하게 담당구역의 청소를 책임지고 마무리 하여야 하므로 위 시기가 특별히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이고 힘든 시기였다’고 확인하고 있다.
다)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원고의 혈압은 2017년 152/101mmHg, 2018년 168/112mmHg, 2019년 160/120mmHg으로 정상혈압(120/80mmHg 미만)보다 높은 1기 내지 2기 고혈압에 해당하고, 원고는 2019년 3차례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바 있었다. 이 법원 감정의들은 고혈압을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로 지적하고 있고, 이 법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원고가 2년 이상 높은 수준의 고혈압을 진단받았음에도 관리를 하지 않았고 이는 자발적으로 대동맥박리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에도 해당된다’는 소견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한편 이 법원 심혈관내과 감정의는 강도 높은 육체활동이나 극심한 감정적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악화시켜 대동맥박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상병 진단시 원고가 만 42세로 이 사건 상병이 호발하는 고령의 연령대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과로가 원고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의 조절을 어렵게 하여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내지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여기에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원고의 기존 건강상태 등의 사적인 사정이 경합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앞서 본 과도한 업무부담이 원고의 개인적 소인과 결합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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