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승낙의 의사표시 전에 적법하게 사직의사를 철회했음에도 뒤늦게 의원면직 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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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22-12-23본문
【요 지】 1.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 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한다.
2.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 재판부는 원고 직원이 퇴직희망일을 기재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로부터 이에 대한 어떠한 답변을 듣지 못하였고, 오히려 퇴직희망일 이후로 예정된 징계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받았다. 이 징계위원회는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연기 되었는데, 그 후 별다른 절차 없이 원고에 대하여 의원면직 처리를 하였고, 이는 원고가 퇴직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업무 및 인사 절차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원·피고 모두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적법하게 철회되었음을 전제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의사표시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사건 의원면직은 무효로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퇴직하게 하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원고의 의원면직의 무효를 확인할 이익도 있다. 이에 따라 원고의 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원고 청구 중 일부금액만을 인용하여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함.
*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55833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이○○
* 피 고 : 재단법인 ○○비엔날레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율, 담당변호사 강신중, 김진
* 변론종결 : 2022.07.21.
* 판결선고 : 2022.10.20.
【주 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1.5.5.자 의원면직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7,368,242원 및 이에 대하여 2022.6.30.부터 2022.10.20.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과, 2022.7.22.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2,082,411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23,798,984원과 2022.1.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2,082,411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6.2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7.11.1.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홍보마케팅부에서 업무를 시작하였고, 2019년부터는 총무부에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1.4.6. 19:00경 사내 결재 시스템에서 본인의 징계 회부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같은 날 19:50경 인사팀장 한○선과 카카오톡 대화 중 사표를 쓰겠다고 말하고, ‘사직서.hwp’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하였다. 또한 아래와 같은 취지의 원고 서명, 날인이 없는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 또는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라 한다)를 인사팀장과 총무부장의 책상 위에 놓고 가는 방식으로 제출하였다.
*****
사직서
성명 : 원고
퇴직일 : 2021.4.12.
상기 본인은 아래와 같은 사유로 퇴직하고자 합니다.
개 인 사 유
2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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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원고는 2021.4.8. 인사위원장으로부터 다음 사유로 징계대상자로 선정되어 2021.4.16. 14:00 징계위원회가 개최된다는 내용의 출석통지서를 수령하였다.
*****
징계요구사유 : 제13회 ○○비엔날레 전시 연출 및 실행 용역업체 선정관련 입찰공고 및 제안서 평가 절차, 기초금액 산출 및 예정가격 미작성, 계약상대방의 게약이행을 위한 협의, 주요회계문서(선급금) 관련 전결행위 등에 있어 담당자로서의 직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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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원고는 2021.4.16.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였으나, 인사위원들이 원고에게 사전에 징계사유서를 교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여, 인사위원회는 2021.4.29. 11:00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고, 원고는 2021.4.21. 인사위원장으로부터 ‘2021.4.29. 개최 예정 인사위원회 출석통지서’를 수령하였다.
마. 원고는 2021.4.28. 9:55 총무부장 신○환으로부터 ‘2021.4.29. 개최 예정된 인사위원회를 행사폐막일인 2021.5.9. 이후 속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2021.4.29. 개최 예정이던 인사위원회는 개최되지 않고 연기되었다.
바. 피고는 2021.5.3. 원고에게 2021.5.5.자로 의원면직한다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의원면직‘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5, 9, 11호증, 을 제1, 2, 5,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의원면직 무효 확인 청구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는 피고의 부당한 징계위원회 회부에 대한 항의표시로서 피고도 이를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는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피고가 이를 승낙하기 전에 철회되었다. 또한 원고는 퇴사일을 2021.4.12.로 정하여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를 하였는데, 이는 승낙기한을 정한 청약이고, 피고가 2021.5.5.을 퇴직일로 한 이 사건 의원면직은 위 청약에 대한 승낙이 아닌 새로운 청약으로, 원고가 같은 날 피고에게 사직서 철회요구서를 보내 이를 거절하였으므로 근로계약해지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려고 하였으나 징계위원회가 절차 위법을 이유로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징계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다가 돌연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였는바, 이는 오로지 원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금반언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의원면직은 무효이다.
나. 임금 청구
이 사건 의원면직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의원면직일인 2021.5.5.부터 피고에 복직할 때까지 월 2,974,873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및 장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원고는 2022.1.6. 피고에 재취업하였으므로 중간수입을 공제하여 2022.1.6.부터는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위 임금의 70%인 월 2,082,411원(= 2,974,873원 × 70%)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및 장래 임금을 지급할 의무 있다.
3. 이 사건 의원면직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사직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인지 여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닌데(대법원 2000.4.25. 선고 99다34475 판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원고는 피고로부터 어떠한 제안이나 권유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팀장과 대화과정에서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인사팀장과 총무부장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점, 원고 스스로도 자신이 징계대상자가 된 것에 대한 항의표시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 당시 사직의사를 표시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의 법적 성격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 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다11668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 10, 13, 14, 15, 19, 20, 21,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는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이 없고, 원고의 근로계약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원고의 퇴직에 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정형화된 퇴직처리절차도 없다.
② 피고의 최근 3년간 의원면직자 현황(갑 제19호증)에 의하면, 원고를 포함하여 7명이 의원면직으로 퇴사 처리되었는데,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퇴사자들의 퇴직일자는 퇴직희망일자와 일치하였고, 대부분 사직서 제출일과 퇴직희망일자, 퇴직일자가 같은 날이었다. 그러나 원고의 경우 사직서 제출일과 퇴직희망일이 달랐고, 퇴직일자도 퇴직희망일부터 약 3주 후인바, 면직처리 절차 및 시기 등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③ 원고와 인사팀장 한○선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갑 제4호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를 징계절차에 회부하였고, 원고는 이 사실을 통지 받기 전에 미리 회사 내부 결재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후 한○선에게 이에 대해 항의하고 부당함을 호소하다가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징계절차 회부에 대한 항의로 우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원고는 한○선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징계 없이 나가게 해달라는 얘기도 하였는바, 원고가 피고의 승낙없이 사직서 제출로 당연히 퇴직할 수 있다는 의사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실제로 피고는 원고의 퇴직희망일(2021.4.12.)까지 원고에게 사직서 수리 여부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2021.4.8. 원고에게 퇴직희망일자 이후인 2021.4.16.로 예정된 징계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하는 등 징계절차를 계속 진행하였다. 인사팀장 한○선도 사무실에서 원고의 사직서를 확인하고 곧바로 총무부 직원 이○주를 통해 ‘원고에게 서명·날인 없는 사직서는 효력 없음을 전하라‘고 말하는 등 사직서 제출만으로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⑤ 원고가 사직서 제출로써 당연 퇴직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인사담당자가 원고에게 사직서 수리를 통지하거나 추후 인수인계 등에 관하여 협의하거나 인사발령 통지 또는 공문 등을 통해 원고의 사직의사표시에 관하여 최소한 인식하고 있음을 표시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는 퇴직 인사발령일인 2021.5.5.보다 이틀 전인 2021.5.3.에서야 원고를 포함하여 부서장들에게 원고의 의원면직 인사발령 통지를 하였는바, 인사발령 통지가 다소 늦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사이에 피고가 원고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사팀장 한○선은 사직서 제출이 효력이 없다고 말하였으며, 총무부 내에서는 원고가 인수인계 절차보다는 계속 수행할 업무를 수행하고, 징계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등 원고가 퇴직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행위들을 하였다.
다.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는지 여부
1)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657 판결).
2)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한 합의해지의 청약인 사직의 의사표시가 피고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승낙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하기 이전에 철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의원면직통보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로서 효력이 없고 결국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① 원고는 인사담당자이자 피고의 대표자를 보좌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령하고 승낙의사를 전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인사팀장 한○선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직의사를 최초로 표시하였는데, 당시 한○선은 원고를 만류하였고, 다음날인 2021.4.7. 회사 사무실에서 이 사건 사직서를 확인한 후 총무부 직원 이○주에게 ‘원고에게 서명·날인 없는 사직서는 효력 없음을 전하라‘라고 말하였으며, 이○주는 같은 날 오후 무렵 원고, 조□○, 장○△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들에게 위와 같은 한○선의 말을 전달하였다. 이에 총무부 직원들은 원고의 사직서가 효력이 없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원고 역시 근로계약이 지속됨을 전제로 경영평가 결재 등 기존 업무를 계속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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