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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률ㆍ수락률 평가점수가 낮은 사고출동요원에 대한 불이익 부과와 근로자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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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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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22-04-14 선고, 2020다237117 판결
  2. 저자 : 방강수

【판결 요지】 

원고들은 출동 가능 상태로 표시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출동 요청 메시지를 수락할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하였다. 원고들은 출동을 수락한 다음에도 직접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에이전트 등에게 출동 업무를 넘겨주기도 하였다. 피고가 원고들의 출동 가동률(출동 가능 상태의 비율), 관제 수용률(출동 요청 메시지에 대하여 출동을 수락한 비율) 등을 평가하였더라도 이를 근거로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우선적으로 출동 요청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불이익이 없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1. 사실관계 

자동차사고 조사를 하는 손해사정사 사고출동요원이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상판결은 사고출동요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주식회사)는 삼성화재보험(주) 고객의 자동차 보험사고 발생 시 대물보상 처리를 위해 설립된 손해사정 전문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고출동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사고 발생 시 사고 초기에 현장에 출동하여 현장사진을 찍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원고들은 ‘에이전트’라고 불린다.  

원고들이 사고출동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면 ‘스마트애니카 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출동가능 상태를 표시(즉, 어플에 접속)하고, 사고 접수를 받은 콜센터 직원이 출동가능 상태에 있는 에이전트에게 출동가능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발송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수락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원고들은 출동가능 상태로 표시할 것인지 여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고, 출동 요청 메시지를 수락할 것인지 여부도 스스로 결정하였다. 

원고들은 피고가 배부한 ‘사고출동 가이드북’에 따라 복장과 명찰 등을 갖추고 업무를 했다. 에이전트가 사고출동 가이드북 기재 사항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는 평가항목 중 ‘CS만족도’의 평가대상이다. 사고출동서비스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차량ㆍ카메라ㆍ핸드폰은 원고들의 소유이고, 출동에 필요한 주유비ㆍ주차비 등의 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의 출동 가동률(출동 가능 상태의 비율, 이하 익숙한 표현으로 ‘접속률’이라 함), 관제 수용률(출동 요청 메시지에 대하여 출동을 수락한 비율, 이하 ‘수락률’), 고객만족도 등을 평가하고 관리하였다. 원고들은 매월 1회 노동의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율은 개인별 접속률ㆍ수락률ㆍ고객만족도 평가에 기초한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었다. 또한 피고는 이 평가를 바탕으로 사고 발생 시 높은 등급의 에이전트에게 우선적으로 출동 가능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낮은 등급의 에이전트에게 업무형태 개선을 요구하고, 미개선 시 업무구역 축소 및 계약해지의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다. 또한 시말서 형태의 개선계획서를 작성케 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표준적인 지침이나 공지사항을 전달했고, 고객 만족도는 높이고 불만사항은 줄이라는 지시를 반복했다.  

 

 

2. 판결요지 및 쟁점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는데, 다음의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1)‘사고출동 가이드북’은 사고출동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균질화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ㆍ배포되는 것으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아니고, 가이드북을 통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접속률ㆍ수락률을 평가하였더라도 차등수수료와 업무요청순위를 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불이익이 없었으므로, 접속과 수락 여부를 원고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3)원고들은 스스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품ㆍ작업도구를 마련하고 업무수행비용을 부담하였다. (4)에이전트마다 수수료율이 달라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 금액은 시기별로 또는 사람별로 비교적 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5)계약기간 중에 렌터카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한 에이전트가 일부 존재하는 등 겸업사례가 있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위의 근거 중에서 (1)가이드북, (3)비품ㆍ작업도구, (4)수수료 차이, (5) 겸업은 근로자성 분쟁 관련 다른 사례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판단요소인데, 동일한 사실관계라도 얼마든지 반대의 판단(즉, 근로자성 인정의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 부분의 검토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면 한계상 다루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2)접속률ㆍ수락률 평가에 의한 불이익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 플랫폼 노동의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피고회사의 업무방식을 플랫폼 노동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피고회사는 플랫폼 노동의 방식(대기자 풀을 통한 인력운영 방식)을 채택하였기에, 대상판결의 판단은 향후 플랫폼 노동 분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너무나 뒤처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3. 차등수수료와 후순위배정, 이보다 더 큰 불이익이 있는가 

대상판결은 “원고들은 출동 가능 상태로 표시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출동 요청 메시지를 수락할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하였고, “피고가 원고들의 출동 가동률(출동 가능 상태의 비율), 관제 수용률(출동 요청 메시지에 대하여 출동을 수락한 비율) 등을 평가하였더라도 이를 근거로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우선적으로 출동 요청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불이익이 없었다”고 판단했다(밑줄은 필자가 강조). 즉, 평가등급이 낮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으니, 원고들에게는 업무를 할지 말지의 자율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불이익이 없는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안에서 업무의 요청과 수락은 ‘스마트애니카 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업무를 하려는 원고들은 필수적으로 어플에 접속(로그인)해야 한다. 피고는 원고들의 개별적인 접속률(출동 가동률)과 수락률(관제 수용률)을 평가하였고, 등급을 나누어 관리했다. 평가 등급에 따라 에이전트별로 수수료율이 달라지고, 피고는 사고 발생 시 등급이 높은 에이전트에게 우선적으로 출동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평가 등급이 낮은 에이전트는 적은 수수료를 받게 된다. 또한 후순위로 출동 요청을 받게 되므로, 일감이 부족한 경우 출동 요청이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차등수수료’와 ‘후순위배정’은 에이전트의 수입에 직결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이다. 대상판결의 판시처럼 “수수료 금액은 시기별로 또는 사람별로 비교적 큰 차이가 발생”한다. 평가등급이 낮은 에이전트의 수입이 상당히 적어짐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차등수수료와 후순위배정을 불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저평가자에 대한 불이익인가. 대상판결의 원심에 따르면, 피고는 평가등급이 낮은 에이전트에게 “업무구역 축소 및 계약해지의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통고서, 시정요구서 등을 발송”하였다. 우리 법원은 여전히 계약해지 등만을 불이익이라고 보는 인식에 머물고 있다. 또한 계약해지 등을 실제로 한 바가 없으니 불이익이 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문제이다. ‘칼은 칼집에 꽂혀 있을 때 더 위협적이다’라는 말처럼 ‘유보된 권한’ 자체가 커다란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없다. 

대상판결은 “업무구역 축소 및 계약해지”만을 저평가자에 대한 불이익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일반적인 노무제공계약에서는 계약해지가 노무제공자에게 커다란 불이익이다. 근로자이든 종속적 자영업자이든 계약해지는 곧 실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판결 사안이나 플랫폼 노동관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아무리 평가등급이 낮은 에이전트라 하더라도 계약해지를 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계약해지를 할 이유도 없다. 다수의 대기자 풀(Pool)을 활용하는 인력운영 방식에서, 대기자 풀은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요컨대, 접속률ㆍ수락률 저평가자에 대한 차등수수료와 후순위배정은 그들의 수입과 직결되므로 이것이야말로 에이전트들에게는 가장 큰 불이익이다.  

 

 

4. 사용자에게 더 불이익한 저평가자 계약해지 

일반적인 근로관계에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일감제공의무가 있는 것과 달리,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감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는 특수고용과 플랫폼노동에서 흔히 나타난다). 피고가 일감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의 위험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일감이 부족한 경우, 원고들이 업무를 위해 로그인을 하더라도 업무를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감이 많은 경우, 원고들에게 충분한 일감이 제공되겠지만 자칫 노동인력 부족으로 피고는 고객에게 출동서비스를 제때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피고는 최대한 많은 수의 에이전트를 대기자 풀(Pool)로 두려 할 것이다. 아무리 등급이 낮은 에이전트라 하더라도 계약해지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에이전트가 출동을 한 이후에 가이드북대로 업무수행을 하지 않거나 또는 고객과 마찰을 빚어 고객만족도 평가가 낮은 경우에는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에이전트가 출동을 한 이후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귀책사유에 따른 것이다. 이 경우에는 확실히 피고가 계약해지를 할 이익이 있다. 하지만 업무수행(출동) ‘이전’의 접속률ㆍ수락률 평가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할 이유는 없다. 접속률ㆍ수락률 평가의 등급이 낮은 에이전트도 대기자 풀로 그대로 두는 게 피고에게 이익이다. 즉, 접속률ㆍ수락률 저평가자에 대한 계약해지는 오히려 피고에게 불이익이다. 대기자 풀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접속률ㆍ수락률 평가 등급이 낮다는 이유에 의한 차등수수료와 후순위배정은 원고들에게 가장 큰 불이익 부과이므로, 원고들이 접속과 수락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잘못됐다. 원고들이 업무를 할지 말지에 대한 실질적 자유는 없다. 이론상의 자유일 뿐이다.  

플랫폼 노동자인 글로보(Glovo)의 배송원을 근로자(trabajador)로 인정한 스페인 대법원(Tribunal Supremo)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무시간대를 선택하고 업무요청을 거절할 자유가 있는 글로보 배송원에 대하여, 스페인 대법원은 “배송원에 대한 이 점수체계는 근무일정의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판시했다. 점수가 낮은 배송원은 수입이 줄어드는데 이는 일자리와 보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평가점수에 따른 업무배정은 “배송원이 근무일정을 선택하고 주문을 거절할 수 있는 이론상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제약”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대법원이 배송원의 자유를 “이론상의 자유”라고 한 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늘 플랫폼 노동자의 접속률과 수락률을 평가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런 평가는 쉽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은 ‘평가만 할 뿐 이를 통한 불이익은 없다’고 주장한다. 노무제공자들은 ‘알고리즘으로 업무배정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지만, 실제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관계와 유사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평가의 이유가 분명히 밝혀졌다. 바로 수입과 직결되는 차등수수료와 업무배정순위이다.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이 접속률ㆍ수락률 평가를 통해 정해진다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평가만 할 리가 없다’는 진실을 증명했다. 대상판결의 큰 공로이다.  

 

 

5. 정규군 없이 예비군만으로 전투를 치르는 이점(利點) 

흔히 플랫폼 노동에서 노무제공자의 자율성을 말하곤 한다. 노무제공자가 원하는 때에 접속하여 원하는 시간만큼 일한다고 한다. 우버(Uber) 운전기사, 스페인의 글로보 배송원, 우리나라의 ‘쿠팡이츠’와 ‘배민커넥트’ 음식배달원 등이 이렇게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자 풀을 통한 인력운영은 사용자에게도 큰 이점(利點)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플랫폼 기업도 일감제공의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사용한다. 비유하면, 정규군 없이 예비군만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기업은 이런 이점을 극대화하여 활용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보다 플랫폼 기업이 더 자유롭다.  

노무제공자가 ‘언제 일할지 또는 얼마나 일할지’에 대한 자율성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자율성과 종속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전자는 업무수행 이전 단계에서의 자율성이고, 후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종속성이다. 언제 일할지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해서 그 ‘일’의 종속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대법원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버 운전기사를 임금근로자(salarié)로 인정한 프랑스 대법원(Cour de Cassation) 판결은 “접속의 자유 및 근로시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관련하여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는 종속적 근로관계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법리통일적 상고심인 앞의 글로보 판결 역시 “근무일정에 있어서의 자유의 존재가 어떤 경우에도 노동계약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강수(공인노무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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