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BS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근로자”...1심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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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07회 작성일 22-03-03본문
한국방송공사(KBS)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성을 부정한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 직후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활용하는 방송계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전날 KBS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는 KBS가 배정한 방송편성표에 따라 KBS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아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15년 KBS 강릉방송국에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이후 뉴스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일에는 강릉방송국, 주말에는 춘천방송국으로 출근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신입사원 채용으로 인력이 충원되면서 A 씨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앞서 계약기간을 '인력 충원 또는 프로그램 개편 시까지'로 설정했던 탓이었다.
A 씨는 KBS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기간제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2년을 초과해 일한 만큼 기간의 정함이 없는 KBS 소속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2심은 A 씨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 씨는) KBS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했다"며 "A 씨가 KBS 제작 방송 프로그램 이외에 별도로 방송출연을 했다는 자료를 찾기 어렵고 평일에는 강릉방송국, 주말에는 춘천방송국으로 출근하면서 모든 방송 스케줄과 주말 당직 근무를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대화방을 통해 각자 방송 일정을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다른 아나운서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를 대체하기도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는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돼 있었다고 봐야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심은 A 씨가 단체대화방으로 뉴스 진행 일정을 조율하고 주말 당직을 했더라도 근로자로 볼 증거가 없다면서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프리랜서 계약에 업무상 지휘ㆍ감독 규정이 없고 방송 진행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방송국을 이탈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씨가 KBS로부터 받은 급여는 KBS가 진행한 프로그램에 대한 건별 대가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다"며 "A 씨의 출퇴근 시간은 KBS가 편성한 방송스케줄에 따라 정해졌고 휴가일정이 KBS에 보고ㆍ관리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점을 보면 A 씨는 KBS의 근로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 씨는 기간제법상 기간제 근로자인데 KBS가 A 씨를 2년 넘게 사용했기 때문에 A 씨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KBS는 신규인력을 채용해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A 씨를 업무에서 배제해 사실상 해고했는데 KBS가 제시한 기간만료 사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인 만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방송계 고용관행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방송계는 그동안 인건비 절감ㆍ고용유연화 등을 이유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활용해왔다.
A 씨 측을 대리한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여러 방송사에서 관행적으로 인건비 절감과 해고의 유연화를 목적으로 계약직ㆍ프리랜서ㆍ도급이라는 이름 아래 비전형적인 형태의 근로관계와 불법파견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이번 판결이 방송사의 이러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방송국 스스로도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지속할 수 없다는 시대 흐름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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