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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법 제 87조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 행사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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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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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22-03-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2. 저자 : 박은정

【판결 요지】 

(1)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2) 불법행위가 사업주와 제3자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 순환적인 구상소송을 방지하는 소송경제적인 목적 등에 따라 공단은 제3자에 대하여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과실 비율 상당액은 대위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은 여전히 타당하고,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보험급여에서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다음, 여기서 다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차액’에 대해서만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 

 

1.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청구권의 병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에서는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 이 경우 장해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이 제80조 제2항에서 민법상 손해배상과 산재보험급여 간 조정의 법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1.7.23. 선고 90다11776 판결). 따라서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 또는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지만,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기 위해 산재보험법 제80조가 존재하는 것이고, 특히 이때 “동일한 사유”는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대법원 2015.1.15. 선고 2014두724 판결).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의 관계에 대해서는, ①재해보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보장제도와, ②산재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인정하되 피재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쪽의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선택적 보장제도, ③산재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인정하면서 양자의 범위를 조정하는 병존적 보상제도 등이 있다. 이들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1)배타적 보장제도에 의하면 산재보험은 민사책임의 원칙에 따랐을 때 배상을 받아낼 수 없는 경우 피재 근로자에게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사회적 보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한다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산재보험급여로써 입은 손해를 완전히 전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2)선택적 보장제도는 산재보상과 손해배상의 조정이라는 점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피재 근로자의 선택이 타당하지 못한 때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으며, 3) 병존적 보상제도는 산재보험급여를 피재 근로자나 유족에게 취득시키고 손해액 중 받은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한다는 것으로서, 피재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남겨두어 사용자ㆍ제3자의 이유 없는 면책을 방지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피재 근로자에게 차액청구만을 인정함으로써 산재보험 급여의 장점을 살리면서 피재 근로자의 이중 이득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 내지 배상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지 못하고 중복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양 권리 간의 조정의 문제가 남는다. 우리나라는 세 번째 방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청구권 간 조정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청구권의 병존을 인정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 또는 수급권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재해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①재해근로자의 전체 손해액을 산정한 다음 여기에 과실상계를 하여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정하고, 그 손해배상액에서 ‘보험급여 전액’을 공제하는 방식(‘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따라야 하는지, ②재해근로자의 전체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의 ‘보험급여 전액’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따라야 하는지 문제된다. 특히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 방식 중 어느 방식에 따르는지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중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범위가 ‘보험급여 전액’인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제한되는지가 결정되어 재해근로자의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법>

 

<방법>

전체 손해액 결정

 

전체 손해액 결정

 

(전체 손해액에 대한)

재해근로자 과실상계

 

산재보험급여 공제

 

(급여공제 후 손해액에 대한)

재해근로자 과실상계

가해자 손해배상액 결정

 

 

가해자 손해배상액 결정

산재보험급여 공제

 

 

잔여 손해배상

잔여 손해배상

 

 

 

 

현행 법은 위 문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법률 해석의 영역에 맡겨져 있고, 지금까지 대법원은 방법①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재해근로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갖는 손해배상청구권 중 근로복지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하여 왔다. 즉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는 먼저 ‘전체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공단의 보험급여 전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거나,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재해근로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직접청구권을 대위 취득하여 ‘그 한도 내, 즉 보험급여 전액’에서 재해근로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직접청구권은 감축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2. 검토대상 판결의 의미 

대법원 2022.3.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검토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재해근로자가 갖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의 범위를 기존 판례와는 다르게 해석하고, 이에 위반되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판결요지와 같이 종래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검토대상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판례 변경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보험제도로서의 산재보험은 분명 사업주 책임보험적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이 산재보험급여로써 완전히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상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산재보험의 책임보험적 성격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급여의 지급으로 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재해근로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재해근로자에게 그 위험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산재보험제도의 존재 목적에 반하고, 산업현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고도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산재보험제도의 사회보장제도로서 목적과 기능을 고려한다면 산재보험의 책임보험적 성격의 관점에 치중하였던 종래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보험에 관하여 대법원 2021.3.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언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따르는 것이 법질서 내에서 통일된 해석이다. 

넷째, 사업주나 제3자의 손해배상 후 재해근로자가 보험급여를 받았다면 공단이 산재보험법 제84조에 따라 재해근로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도 보험급여 중 사업주나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된다. 

다섯째,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에 따라 검토대상 판결은 판례변경을 하면서도 그 범위는 재해근로자가 ① 제3자의 불법행위로 산업재해를 입은 때임을 분명히 하였다. ②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산업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대위의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검토대상판결에서의 판례변경에도 불구하고 순환적인 구상소송을 방지하는 소송경제적인 목적 등에 따라 공단은 제3자에 대하여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과실 비율 상당액은 대위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한 대법원 2002. 3. 21. 선고 2000다62322 전원합의체 판결의 위 판시 부분은 여전히 타당하다는 입장을 정리하였다.  

 

3. 정리하며 

검토대상 판결이 직접 밝히고 있듯, 검토대상 판결의 결론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21.3.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13인 대법관 중 1인 반대)이 선행된 결과이다. 선행 판결이나 검토대상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변경을 하는 중요한 이유로 제시한 것은 피보험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의 필요성과 각 사회보험제도가 갖는 취지와 목적이었다. 특히 산재보험법 제87조와 같이 공단의 대위권 행사가 규정되고 있는 것은 공단의 보험재정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릴수록 보험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산재보험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재해근로자의 이익이 보험재정의 확보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판시는 인상적이다.  

한편, 위에서 주로 정리한 바와 같이 검토대상 판결은 재해근로자가 갖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의 범위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대법원은 이 쟁점 이외 산재보험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가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우리나라의 병존적 보상제도에 관한 비판적 견해를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에서 정리한 것과 같이 배타적 보상제도로서 산재보험급여의 성격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검토대상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하여 “사업주는 근로자를 위험에 노출시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과 산업재해 현장의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고 하여 이를 전적으로 근로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험급여 전액에 대하여 사업주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사실, 병존적 보상이 필요한 이유는 산재보험은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반면에 손해배상청구는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 손해배상은 실손해 전부를 보전할 수 있지만 산재보험은 정액으로 지급되어 근로자의 재산상 손실인 임금을 100% 보전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산재보험은 실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일정액의 보상이기 때문에 실손해의 전보를 위하여 근로자는 다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기 때문이다. 배타적 보상제도로서 산재보험급여제도가 성립할 수 있는 시기는, 병존적 보상의 필요성이 해소된 후의 일이다. 

 

박은정(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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