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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의 서면 통지 요건과 갱신 거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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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454회 작성일 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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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21-10-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2. 저자 : 강선희
  3.  
【판결 요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주어 크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까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준수하도록 예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1. 사건의 개요 및 문제제기

이 사건의 경우 애초의 쟁점은 해고의 서면 통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근로자 2명(2015년 입사 당시 66세, 2018년 입사 당시 64세, 이하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2018. 12. 31.자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이에 근로자들은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초심ㆍ재심 노동위원회 모두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고,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하여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사용자가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행정법원ㆍ고등법원 및 대법원(대상판결) 모두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심판정을 취소하였다. 행정법원에서 패소한 근로자 측이 고등법원 단계에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침해는 단순히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해고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의 서면 통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위 【판결요지】와 같이 판단하여 근로자 측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갱신기대권 법리가 발전하기 전까지 법원은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라고 보거나,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을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았다. 이와 같이 근로계약기간 만료 내지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 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면서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갱신기대권 법리(“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 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가 발전하면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법리(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제28조)가 적용되고, 더 이상 근로계약기간 만료는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가 아니게 되었다. 특히 갱신기대권 법리에 이어 고용승계기대권 및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등의 법리가 발전함에 따라 당사자의 소멸(폐업 내지 근로자의 사망)과 이에 준하는 것을 제외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계약기간 만료 내지 정년을 알리는 사용자의 통지가 ‘관념의 통지’라는 위 대법원 2007다85997 판결 등은 당사자의 소멸과 이에 준하는 것에 적용될 뿐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적용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계약기간 만료, 정년, 용역업체 변경 시, 사업 양도 시 등에 해고제한법리(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제28조)가 적용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해고와 관련된 규정(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해고금지시기, 제25조 우선 재고용 등, 제26조 해고의 예고,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이 그대로 적용되는가?(문제제기)

 

2. 근로계약기간 만료에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논거

대상판결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 해고의 서면 통지(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와 같이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대상판결은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므로 갱신 거절의 의사 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간제 근로자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갱신 거절에 해고제한법리가 적용되어 기간 만료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는 보호받을 수 있어도 그 성격에 있어 해고와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상판결은 위 【판결요지】와 같은 내용으로 갱신 거절의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해고에 견주어 크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춰 볼 때 갱신 거절의 통보에까지 적용할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위 논거 중 두 번째의 경우 원심인 고등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 및 정도가 해고에 비해 낮은 갱신 거절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오히려 기간제근로자의 갱신 거절이 해고보다 보호 필요성 및 정도가 더 높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갱신 거절의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으로 표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해고의 서면 통지 절차가 갱신 거절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근로자 측 주장은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및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존부를 불문하고 계약기간 만료 시 서면으로 만료 사유(또는 갱신 거절 사유)를 통지하여야 하고, 서면 통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부당한 기간 만료로서 해고라고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는 기간이 만료되기 약 한 달 전에 근로관계 종료 사유를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라고 명시하여 서면으로 통보하였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눈에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보인다. 근로자 측과 같은 주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원칙적으로 그 기간 만료로 종료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게 된다. 또한 갱신 거절의 사유를 서면으로 명시하여야 한다는 것은 갱신기대권의 인정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법적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경우 앞서 각주 9)에서 언급했듯이 모순적인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3. 위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 등

간혹 노동위원회 판정문을 보면 계약기간 만료, 정년, 용역업체 변경 시, 사업 양도 시 등에서 갱신기대권, 재고용기대권 및 고용승계기대권 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규정된 서면 통지가 없어 부당해고라는 결론을 접할 때가 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 만료를 주장하며 근로관계를 종료하거나,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됨에도 고용의 승계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은 근로관계의 종료에 해고제한법리(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제28조)가 당연 적용되어 사용자의 부당한 근로관계 종료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밖의 근로기준법상 해고와 관련된 규정,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해고금지시기, 제25조 우선 재고용 등, 제26조 해고의 예고,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 규정을 -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 달리-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계가 있더라도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해고금지기간 중에는 계약기간 또는 정년 등을 연장하거나, 갱신기대권의 인정에 다툼이 없는 경우 갱신 거절 사유 즉,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사유는 근로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선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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