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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독립적 업무수행’ 계약 맺은 채권추심인 근로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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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31회 작성일 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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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한 채권추심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임계약 중 업무수행 방법을 규정한 조항과 징계해고로 볼 수 있는 계약 해지사유 조항 등을 삭제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38-3민사부(재판장 김갑석)는 SGI신용정보 채권추심인 A 씨 등 3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35명 중 6명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2일 "SGI신용정보는 2015년 위임관계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은 삭제하거나 오해의 여지가 없는 내용으로 위임계약서를 변경했다"며 "이와 같은 조치 이후 위임계약을 체결한 채권추심인들도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은 6개월 단위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하다 계약을 종료했다. 이후 SGI신용정보 지휘ㆍ감독을 받아 사실상 근로자처럼 일했다면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6명은 2015년 위임계약서가 변경된 이후 최초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이전 위임계약서에는 업무수행 방법이 규정돼 있었지만 삭제됐다. 대신 "지휘ㆍ감독을 받지 않고 근로상 종속되지 않으며 위임된 업무를 독립해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근무장소는 채권추심인이 원하는 곳으로 정하고 출ㆍ퇴근 시간과 업무수행 방식을 자율에 맡기는 조항도 마련됐다.
 
법원은 이들 6명에 대해서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1심 판단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1심에서는 35명 모두 근로자로 인정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심은 "SGI신용정보가 위임계약서를 대폭 개정했지만 위임직 채권추심원의 업무 처리 형태나 이들에 대한 관리는 기존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위임계약서 내용이 변경되면서 채권추심인 업무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SGI신용정보가 2015년 이후에도 채권추심인들의 회수 실적과 순위를 집계해 공지하고 실적이 우수한 채권추심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는 위임사무의 처리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적이 미달될 경우 추가 근로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채권추심 업무가 팀 단위로 운영돼 일부 채권추심인은 팀장으로도 활동했는데 같은 채권추심인인 팀장이 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추가 근로를 지시한)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며 "SGI신용정보가 지속적으로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회사 내에 지정된 자리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사무실이나 지정 좌석을 제공한 것은 채무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높은 채권추심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라며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 제공이나 관리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GI신용정보가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추심인들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A 씨 등은 지난달 18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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