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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강가정진흥원 성과연봉제 무효...‘취업규칙 변경’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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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73회 작성일 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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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이 특수법인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근로관계가 승계됐다면 취업규칙도 새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 개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38-3민사부(재판장 김갑석)는 지난달 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근로자 A 씨 등 17명이 진흥원을 상대로 낸 취업규칙 무효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진흥원은 2015년 1월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보수규정ㆍ인사규정ㆍ복무규정 등 취업규칙도 새로 제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던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변경했다.
 
A 씨 등은 진흥원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진흥원은 취업규칙이 새롭게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재단법인 성격인 옛 진흥원과 동일성이 없고 기존 근로관계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 간 합의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관계인 만큼 취업규칙 변경이 아니라 '제정'이라는 주장이다.
 
"진흥원, 근로관계 승계...취업규칙 제정 아닌 '개정'"
 
법원은 A 씨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1심은 "구 건강가정기본법은 현 진흥원이 옛 진흥원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옛 진흥원에 속했던 모든 재산ㆍ권리와 의무는 현 진흥원이 승계하고 구 건강가정기본법 시행 당시 옛 진흥원의 임직원은 현 진흥원의 임직원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며 "A 씨 등과 구 진흥원과 사이의 종전의 근로관계는 현 진흥원에 그대로 승계된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이 개정한 취업규칙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개정 보수규정에 따르면 성과연봉제에서의) 기본연봉 인상률은 직원의 전년도 역량ㆍ업적 평가 결과를 반영해 정해지고 성과연봉도 업적ㆍ역량 평가 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지급된다"며 "하위 평가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종전 호봉제에서 매년 누적적으로 임금이 상승했던 것과 달리 기존 임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원고들 중 일부는 호봉제가 적용됐던 2014년보다 성과연봉제가 적용된 2015년도 연봉 총액이 감소했다"며 "개정 보수규정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이 기존 호봉제보다 증가했다 해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그 유ㆍ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직급별 승진연한을 최저 3년으로 정하다 직급에 따라 2~5년으로 변경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승진연한이 변경되면서 일부 직원은 이전보다 1~2년을 더 근무해야 승진 기회를 부여받게 된 탓이다. 포상휴가 조항이 삭제된 점도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인정됐다.
 
A 씨 등이 진흥원과 성과연봉제를 전제로 한 연봉계약을 체결한 것이 취업규칙 변경을 '동의'한 것이라는 진흥원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기존 취업규칙을 적용받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흥원 주장대로 A 씨 등이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개정 취업규칙으로의 변경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A 씨 등이 (연봉계약 체결로) 개별적인 동의를 했다고 가정해도 취업규칙 변경에 의해 기존 근로조건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을 적용받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명절수당ㆍ성과상여금은 '통상임금'...직급보조비는 '제외'
 
A 씨 등은 또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면 이전 호봉제에 따른 기본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기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본급, 명절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다음 연장ㆍ휴일ㆍ연차 등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1심은 명절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성과상여금은 제외했다. 명절수당은 일정 직무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지급됐다. 반대로 성과상여금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급돼 정기적ㆍ계속적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옛 진흥원이 성과상여금을 실제로 지급한 적은 없지만 이는 예산 문제 때문"이라며 "성과상여금의 실제 지급 여부는 예산을 확보했는지에 좌우될 뿐 성과상여금을 실제로 지급하게 된 계기가 오로지 성과연봉제 시행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명절수당과 성과상여금 등은 개정 취업규칙 효력 여부나 호봉제 또는 성과연봉제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이 이뤄진 임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급보조비는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직급보조비의 경우 개정된 취업규칙을 통해 지급하기로 한 수당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정 취업규칙이 무효가 돼 기존 호봉제 임금체계가 유지될 경우 진흥원이 A 씨 등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에 직급보조비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진흥원은 지난 17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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