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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법원 “극복 가능하면 산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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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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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근로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더라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마트계산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ㆍ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일 "A 씨의 사망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서 기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 씨는 마트계산원으로 일하다 2018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 일기장에는 2018년 2~10월 업무 스트레스와 가족ㆍ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심경이 적혔다.
 
같은 해 5월 교통사고를 당해 보름간 입원하고 복직한 후에는 '잦은 지각과 통보식 휴가 사용으로 동료직원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제공했다'며 회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휴가 사용 불허와 직장동료의 핀잔ㆍ지적으로 A 씨가 힘들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40대 마트계산원들 중 유일한 20대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직장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특히 교통사고 이후 복직한 후 하계휴가를 허락받지 못했고 근태 관련 지적을 자주 받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 씨가 입원으로 규정상 연차를 모두 소진한 것으로 보이고 복직 이후 실제로 지각이 잦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A 씨가 상사로부터 업무상 부당한 대우는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로에 시달렸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는 "A 씨의 사망 전 12주 동안의 평균 근무시간이 주당 52시간 41분으로서 객관적으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업장의 마트계산원들이 4개 조를 편성해 근무하면서 일주일마다 근무조 편성을 변경해온 점 등에 비춰 볼 때 망인이 사망 무렵 단기간 또는 만성적인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사망 전 일기장을 통해 우울감을 호소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진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기장 내용만으로 우울증 발병 여부와 증상의 정도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A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에 따른 막대한 금전적 손해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극도로 가라앉자 그때부터 상당한 우울감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A 씨가 2018년 6월경부터 교제하기 시작한 B 씨에게 사금융 대출로 3600만 원을 빌려준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 돼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고 B 씨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자 급격히 실의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러한 사정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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