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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도 받아든 ‘2차 하청 직고용’ 판결...법원, 간접공정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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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25회 작성일 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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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직접 생산공정에서 일한 1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뿐만 아니라 간접 생산공정 업무를 맡은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간접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업무량과 작업방법이 메인 컨베이어벨트(조립라인) 운영에 따라 좌우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기아에서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마은혁)는 기아의 1ㆍ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들 중 A 씨 등 5명만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미 정년에 도달했던 이들의 경우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10일 "원고들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1ㆍ2차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기아의 화성ㆍ광주공장에 파견돼 기아의 지휘ㆍ명령에 따라 기아를 위한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기아, 현대차와 같은 주장..."2차 하청 업무, 목적물 인도일 뿐"
 
A 씨 등은 기아의 1ㆍ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광주ㆍ화성공장에서 근무했다. 이들 가운데 1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직접 생산공정인 도장ㆍ조립(의장)공정의 일부 업무를 담당했다.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간접 생산공정인 베일러장ㆍ생산관리ㆍ출고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기아의 주장은 같은 취지의 소송을 당한 현대차와 동일했다. 기아는 "자동차 생산공정 중 일부를 특정해 사내협력업체에 도급했고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 지휘ㆍ감독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했다.
 
2차 사내협력업체와 관련해서는 "2차 사내협력업체는 기아로부터 자동차 생산공정을 도급받은 것이 아니라 기아와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로부터 물류업무를 도급받은 것"이라며 "불출(라인 투입) 업무는 도급계약에 따른 목적물 인도 의무 이행에 불과해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는 기아보다 경제적ㆍ기술적으로 열위에 있어 독자적 경영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작업내용, 작업인원, 작업위치, 작업기간을 결정하지 못한 채 기아의 업무분장이나 작업 지시 등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는 대부분 기아의 '생산 현장 가이드'에도 완성차 생산을 위해 직접 필요한 핵심공정으로 소개됐던 것"이라며 "하나의 완성차 생산을 위해 업무가 모두 유기적으로 결합됐던 점까지 고려하면 기아로서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휘ㆍ감독을 통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려는 유인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봤다.
 
베일러장ㆍ생산관리 등 '간접공정'도 파견관계 인정
 
간접공정의 구체적인 업무량과 작업방법이 메인 컨베이어벨트의 운영계획에 따라 정해지는 점도 기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승소한 인원 중 간접공정에서 일한 근로자들은 베일러장ㆍ생산관리ㆍ출고(PDI 공정)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베일러장 업무는 철판을 절단ㆍ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 부스러기(칩 또는 스크랩)를 압축해 고철로 재활용하기 위한 후속처리를 말한다. 이 작업은 별도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지만 메인 컨베이어벨트에서 수거된 칩의 양에 따라 운영시간과 속도가 정해졌다.
 
생산관리는 부품 서열대차 검수ㆍ운반, 라인 투입(불출), 대차 수거 등의 업무를 말한다. 서열은 부품을 차량 생산 순서대로 조립라인에 공급하는 작업이다.
 
서열대차는 서열 작업을 마친 자동차 부품을 통째로 운반하는 일종의 수레다. 출고 업무는 조립공정을 마친 완성차를 검사하는 공정이다. 이 공정을 맡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과 근로시간도 기아의 작업량과ㆍ작업속도에 따라 좌우됐다.
 
재판부는 "간접공정들 역시 일부 공정은 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메인 컨베이어벨트의 운영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량이나 작업방법이 좌우된다"며 "자동차 생산공정은 기아의 생산계획에 따른 작업시간과 속도, 생산량에 맞춰 진행되는데 이와 같은 결정권한은 전적으로 기아에 있었고 사내협력업체는 기아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아는 생산량, 라인별 조업형태, 월별 가동시간, 시간당 생산 대수, 가동률, 특근일정 등을 사내협력업체에 통보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량이나 작업방법, 작업시간은 기아의 통보 내용을 토대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간접공정을 담당하던 사내협력업체가 기아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직접공정을 담당하게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등 사내협력업체의 전문성ㆍ기술성 등에도 직접공정과 간접공정 사이에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간접공정도 직접공정과 마찬가지로 해당 원고들과 기아 사이에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놓고 법원이 원청 업무와의 연관성을 기능적인 측면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고 측을 대리한 탁선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원고의 불출 업무와 원청의 자동차 생산업무의 기능적 연계성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탁 변호사는 또 "2차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도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도급ㆍ파견 판단 기준이 적용된 판결"이라며 "2차 협력업체가 사내에 사업조직을 두지 않았고 원고의 업무수행에 대해 별다른 지휘ㆍ명령을 하지 않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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