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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민간인” 한마디에 직원 자른 주한미군...노동부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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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40회 작성일 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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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으로 대해 달라'고 문자를 보내 해고된 주한미공군 직원 요청에도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안을 관련 회의체에 회부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달 말 확정됐다.
 
4일 <노동법률>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오산공군기지 출입 통제 업무를 수행하다 해고된 A 씨가 노동부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7일 "고용관계 해지 통지에 적힌 A 씨의 비위 사실은 모두 인정되지 않거나 적어도 해고사유에 이르지 않음은 분명하다"며 "고용관계 해지 통지는 '현저히 불공정한 결정'으로 특별위원회 회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주한미공군과 계약을 맺고 오산공군기지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에스코트 업무를 수행했다.
 
문제가 된 건 부서 관리자와의 대화였다. 관리자인 선임부사관 B 씨는 내부 통신망을 통해 '천안시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 접근 제한지역으로 지정됐으지 천안시 거주 여부를 보고하라'는 취지의 통보를 했다. 이에 A 씨는 "우리는 당신 부하가 아니다. 한국인 근로자를 민간인으로 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천안시 거주 여부를 답변했다.
 
주한미공군은 6일 뒤 A 씨에게 고용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A 씨가 답변 과정에서 부서 관리자 명예를 훼손하고 에스코트 프로그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또 A 씨가 문자를 주고 받은 다음 날 부서 관계자들과의 상담을 거부하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 것은 지시를 거부한 행위라고 봤다.
 
A 씨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양해사항에서 정한 특별위원회가 고용계약 해지 통지를 심리할 수 있도록 사안을 회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주한미공군이 적절한 행정절차를 준수했고 통지 내용이 현저히 불공정하지 않다면서 회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면서도 고용계약을 해지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관리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상관에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 신분이 아니라 민간인으로서 근로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청하는 취지"라며 "그 자체로 관리감독자의 명예나 권위를 훼손하는 무례한 언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중 일부는 휴일이었지만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보고를 요구해 휴식권을 침해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법원은 해당 메시지 외에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B 씨가 직원들을 관리ㆍ감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메시지를 보낸 다음 날 상담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B 씨 등은 메시지 사건을 해고사유로 삼아 다음 날 회의실에서 A 씨에게 해고 통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에 대한 항의로 볼 수 있고 이를 두고 A 씨가 관리감독자의 정당한 지시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의 비위 행위가 모두 인정된다 해도 사건의 경위ㆍ행위 태양ㆍ횟수ㆍ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각 비위 행위의 정도는 무겁지 않아 보인다"며 A 씨 측 손을 들어줬다.
 
노동부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지난달 29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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