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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 빈혈’ 반도체 공장 전기공...법원 “산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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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44회 작성일 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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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벤젠과 전자파에 노출된 상태로 장기간 근무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받았다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장애로 조혈 기능이 약화되면서 빈혈, 혈소판ㆍ백혈구 감소를 야기하는 질환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는 전기공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지난달 29일 "A 씨의 업무와 재생불량성 빈혈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 씨는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전기공으로 일하면서 전자파의 일종인 극저주파 자기장과 유해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됐다. 2006~2010년 사이에는 빈혈 소견을 보이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A 씨는 이후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했고 재생불량성 빈혈과 B형 간염을 진단받았다.
 
공단은 벤젠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전자파와 재생불량성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A 씨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B형 간염이 발병했던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판단 근거로 극저주파 자기장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를 보면 활선 상태에서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연결하는 배전작업자의 작업환경에서 측정된 극저주파 자기장은 반도체 가공ㆍ조립공정 종사자의 약 1.8배, 변전소 근무자의 약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법원 감정의는 A 씨가 벤젠에 노출된 수준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클린룸 내부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만큼 만성적인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A 씨가 전기공으로 일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극저주파 자기장과 반도체 공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면서 노출된 벤젠 등의 유해 화학물질이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생불량성 빈혈을 발병하게 했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B형 간염을 이유로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판사는 "재생불량성 빈혈의 발생원인이 의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간염으로 인해 재생불량성 빈혈이 어떻게 발병하는지도 밝혀진 바 없다"며 "B형 간염이 먼저 발생해 재생불량성 빈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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