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화물 운송업체와 전속도급 계약 맺은 운전사는 ‘근로자’…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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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52회 작성일 21-06-08본문
화물운송업체로부터 차량을 빌려 특정 제조업체가 만든 콘크리트파일 등을 거래처에 운송하고 실적에 따라 도급금액을 받아온 트레일러 운전자(전속적 화물운송기사)가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입차주와 달리 자신의 소유가 아닌 화물차를 운송업체로부터 빌려서 운행한 점이 눈에 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는 지난 4월 29일, 트럭운전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했다.
A는 삼표에서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임대해서 제천공장 등 삼표에서 지정하는 공사현장으로 콘크리트파일 등을 운송하는 일을 맡아서 해왔다. 계약기간은 1년 단위였으며, 작업 요구사항을 위반해 공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삼표에 손해를 배상해야 했다.
삼표(이하 회사)는 A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혹은 운반일보를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는 물론, A가 다른 계약자의 운행을 방해하거나 담합을 선동하는 경우나 음주운전, 형사사건으로 구속 입건되는 등의 경우에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또 회사는 A에게 운반실적에 따른 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을 정산해서 매월 25일에 지급했고, 유류대와 차량 수리비용, 제세공과금, 자동차 보험료도 회사가 부담해 왔다. A는 타이어 펑크 수리비용이나 벌과금 정도를 부담하는 정도다.
한편 도급계약서에 의하면 원고를 포함한 운송기사들은 보조운전사를 활용할 수 있었고, 운송 업무를 대항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 보조운전사나 대리운전기사를 채용해 운송업무를 수행한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A는 2017년 3월 25일, 업무수행 중 상해를 입었다. 그 전까지는 2011년에 입사한 이래 계속 계약을 갱신하면서 운송업무를 수행했고, 도급금액도 매월 300만원 가량 지급받아 왔다. A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및휴업급여를 신청했지만 불승인 처분이 나오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운송업무를 수행하는 운전자들의 출퇴근 시간은 지정돼 있지 않았고, 운반일이나 운반량, 도착지나 시간은 회사가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A가 차량에 콘크리트 파일을 싣고 주거지로 이동한 다음, 다음날 새벽이나 오전에 운송지로 제품을 운송하고 복귀해서 다음날 운송할 콘크리트파일을 상차하는 방식으로 매월 20~25일 가량 운전업무를 수행했고, 차량운행일보에 출발시간, 도착지, 도착시간, 운행거리 등을 기재해서 제출했다. 회사는 GPS를 통해 차량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또 용역계약에 따르면 삼표를 위해 24시간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므로 다른 회사와 운송업무를 체결하거나 거래하기는 어려웠다.
회사는 A에게 회사 상호가 기재된 근무복을 지급했고, 차량에도 회사 상호가 표시돼 있었으며 A가 납품하고 발주처에서 받은 인수증에도 A는 회사 소속 기사로 기재돼 있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대법원은 "A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삼표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업무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차량운행일보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며 "A가 일정한 사업장에 출퇴근 한 것은 아니지만, A는 24시간 상시 대기했고 운송과정도 GPS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지정한 근무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송업무에 필수적인 화물차량이 회사 소유이고, 차량에 회사 상호가 표시된 점, 운행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고 사실상 제3자에 의한 업무 대행이 불가한 점, 운전사가 다른 사업장에 노무제공 가능성이 제한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참가인의 전속성, 노무제공 관련해서 부담하는 위험 등을 고려하면 A는 회사로부터 독립해서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매월 지급받은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고 운반물량에 따라 정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성과급 형태의 보수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는 성격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 외에 근로계약서가 아닌 도급계약서가 작성되는 점, 사업자 등록을하는 등 사업주로 외관을 갖춘 점,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는 회사의 주장도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이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A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원고 A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해 A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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