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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성향 분석한 ‘블랙리스트’ 회사에 넘긴 MBC기자…대법원 “해고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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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83회 작성일 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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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카메라 기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경영진에게 넘겼다가 해고된 MBC 카메라 기자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는 지난 4월 29일, 근로자 권씨가 주식회사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2020다270770)에서 권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권씨는 2004년 주식회사 문화방송(MBC)에 입사해 카메라기자로 근무했다. MBC는 2012년 12월, 조직을 개편하면서 보도국 산하에 취재센터를 설치해 카메라 기자가 소속된 정치부 등 부서를 관리하게 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방송 내부에서 카메라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의 4등급으로 분류해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블랙리스트' 문건(이하 '문건')이 작성됐고, 이 문건에 따라 인사 발령이 나는 등 불이익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다음날 문건의 작성자인 권 씨와 취재센터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MBC 감사국은 2018년부터 약 2개월 동안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권 씨가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인사위원회를 권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처분 통보서 기재에 따르면 징계사유는 ①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인사안을 취재센터장에게 메일로 보고해 실행되게 했다 ②인사이동안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게 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 ③블랙리스트를 작성·전달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A는 MBC를 상대로 해고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한편 검찰은 "권씨가 만든 문건은 의견을 정리한 것 일뿐 실제로 MBC경영진에 넘어가 인사불이익을 주는데 사용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원심 고등법원은 권씨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1심을 뒤집고 "해고가 무효"라며 "MBC는 권 씨에게 임금 8,000만원과 복직 시까지 월 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권씨가 2012년 제1노조 주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소외되자 분노와 배신감을 느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면서도 "다만 복무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징계 사유만으로 해고를 하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블랙리스트를 인사권자인 취재센터장에게 발송해 복무질서를 어지럽게 한 점(①)은 인정된다"면서도 "취재센터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②)했다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죄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③)는 이유는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특히 "모욕죄나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권씨는 블랙리스트 문건과 인사이동안을 제3노조 구성원이자 선임급 카메라기자에게 공유하고 사내 인트라넷 개인서버에 보관했을 뿐"이라며 "5년 동안 이를 내외부에 유출시키지 않았고, 그 내용대로 인사권이 실행됐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징계 통보서에서 '불법행위'를 징계 사유로 기재하고 있었는데,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권씨의 비위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나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데에 징계처분이 근거를 둔 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징계권자가 징계처분 통보서에 어떤 용어(불법행위)를 썼다고 해도, 징계사유 해당 여부는 통보서에 쓰인 용어 개념만 볼 게 아니라 징계 규정을 살펴 봐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은 "민·형사상 불법행위만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명문의 규정도 없고, 징계규정을 그런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며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해, ②와 ③의 사유도 징계 처분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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