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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요구로 사직서 제출...법원 “불이익 위협 없었어도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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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81회 작성일 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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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냈다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근로관계를 종료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사직서 효력을 부정했고 사직 의사도 적법하게 철회된 것으로 봤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의약품 수입ㆍ판매업체인 한국조에티스에서 근무했던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직서는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A 씨는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조에티스에서 수습근로자로 근무했다. 조에티스는 수습기간 말일인 같은 해 9월 30일 A 씨에게 구두로 수습평가 불합격 사실을 알렸다. A 씨는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약 3시간 뒤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서 철회를 요청했고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나 조에티스는 A 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요구로 제출한 사직서...법원 "효력 없다"
 

쟁점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사직서의 효력 유무, 사직 의사 철회의 적법성, 회사의 서면 통지 의무 위반 여부 등이다.
 
법원은 A 씨가 낸 사직서가 효력이 있는지를 먼저 살폈다.
 
기존 판례는 사용자가 사직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근로계약을 종료할 경우 이를 무효로 본다. 근로자의 진의가 아닌 의사 표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말하는 '진의'는 근로자가 남아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 중 사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경우를 의미한다.
 
법원은 조에티스가 사직서 제출 외에도 수습기간 만료 통보를 받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만료 통보를 받는 경우에 비해 사직서를 내는 경우에 어떤 점이 유리한지 설명하지도 않았고 수습평가 탈락 사유만을 상세하게 알려주고는 마침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용 비품을 그 자리에서 반납하도록 안내했다"며 "즉석에서 사직서 양식을 건네면서 거기에 기재할 사직사유까지 불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에티스가 A 씨에게 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공고하고 위협을 가한 바는 없더라도 A 씨로서는 이러한 사직 권유나 종용 행위로 미처 사직의 진의를 형성할 여유가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직서 기재 내용만으로 '일방적 사직' 판단 못 해"
 
법원은 A 씨의 사직서도 적법하게 철회됐다고 봤다. 사직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 표시를 하는 방식(근로계약 해약 고지)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가 사직 의사를 표시하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는 합의의 형태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방식(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이다.
 
근로자는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일 경우에만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사직을 승낙한다는 의사 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 철회해야 한다.
 
법원은 A 씨의 사직서가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자신의 진의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이는 조에티스 권유에 따라 수동적으로 형성된 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위에 비춰 볼 때 사직서는 A 씨가 조에티스의 의사를 살피지 않고 무조건 사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어디까지나 A 씨와 조에티스 사이에 의사 합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뒀다고 해석해야 자연스럽다"고 했다.
 
사직서에 A 씨의 일방적인 사직 의사만 기재돼 있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사직서 양식은 조에티스가 마련해 A 씨에게 제공한 것이고 문구도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된 것"이라며 "A 씨에게 별도로 사직서에 가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보이지도 않은 만큼 사직서의 표면적 기재만을 들어 A 씨의 일방적 해약 고지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직서로 서면 통지 의무 면제?...법원, 회사 주장 배척
 
A 씨에게 해고 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수습평가 결과를 구두로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면 통지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직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소멸했기 때문에 조에티스가 사직서를 수리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조에티스가 일방적으로 A 씨에 대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라며 "조에티스는 A 씨에게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구체적ㆍ실질적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에티스는 사직서를 통해 A 씨에게 거부 사유를 통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사직서는 A 씨가 작성해 조에티스에 제출한 서면"이라며 "'수습기간 종료'를 사유로 사직한다는 취지만 기재돼 있을 뿐 수습기간이 종료된 뒤로 조에티스가 A 씨를 더 이상 채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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