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만 37년...법원 “소뇌위축증 진단받은 소방관, 국가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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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38회 작성일 21-09-28본문
37년간 재난현장에서 일하다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은 소방관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대구지방보훈청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태현)는 퇴직 소방관 A 씨가 대구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25일 "A 씨는 국가유공자 대상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대구지방보훈청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1977년부터 약 37년 동안 각종 화재ㆍ재난현장에서 활동하다 2014년 명예퇴직했다. 2004년 소뇌위축증 진단과 뇌병변 3급의 장애판정을 받은 뒤로도 소방관으로 재직하다 2014년 야간당직 근무 중 쓰러져 더 이상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A 씨는 퇴직 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을 받은 뒤에야 공무상 요양승인 처분을 받아낸 A 씨는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보훈청은 A 씨가 국가유공자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대구지방보훈청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의 수호ㆍ안전보당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소뇌위축증의 주된 원인이 됐다"며 "유해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돼 소뇌위축증이 발생한 사실이 의학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가 재난현장이 아닌 곳에서 유해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장기간 노출됐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화재현장에서는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소방관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A 씨가 화재진압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에는 보호장구 보급률이 매우 낮고 성능도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장기간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과 고열에 장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현장에서 장기간 노출되는 고열과 유해물질이 소방관들의 소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의학논문과 국내에서 소방관들의 소뇌 회질의 밀도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는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뇌위축증은 A 씨가 소방공무원으로서 직무수행 중 유해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상당한 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질병"이라며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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