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LG전자 자회사 분할, 교섭단위도 분리해야”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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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64회 작성일 21-12-21본문
회사가 분할되면 노동위원회 결정과는 무관하게 교섭단위가 분리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 회사와 새로 설립된 회사 모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취지다. 회사 분할과 관련해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다룬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하이엠솔루텍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중노위는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이를 인정한 초심 결정을 취소하고 하이엠솔루텍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해 위법하다"며 "중노위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회사 분할해도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
하이엠솔루텍은 LG전자 자회사다. LG전자 제품 유지ㆍ보수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이엠솔루텍 교섭대표노조는 금속노조 하이엠솔루텍지회(옛 LG케어솔루션지회, 아래 지회)다. 한국노총 산하인 하이엠솔루텍노동조합(노조)에는 정규직인 일반근로자만 가입되지만 지회에는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가전제품 설치ㆍ수리 업무를 수행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도 가입할 수 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케어솔루션 매니저 직종과 교섭단위를 분리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노조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는 서울지노위 결정이 나온 뒤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한 케어솔루션 사업 부문을 떼어내 분할신설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을 설립했다.
지회는 이후 중노위에 지노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재심신청을 제기했다. 중노위는 지회 측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분할됐지만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회사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회사가 분할되면 기존 회사와의 관계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유지되는지에 관한 다툼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회사가 분할된 경우 교섭단위도 분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하이엠솔루텍은 회사가 분할됐다면 노동위원회 결정과 무관하게 교섭단위가 분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기존 회사와 분할된 회사에서 모두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은 한 사업장에 하나의 교섭단위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섭단위별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분할로 대표성 상실...교섭대표노조 역할 부적절"
법원은 하이엠솔루텍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중노위 결정처럼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하면 지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에 있게 돼 회사 분할이 된 상황에서 케어솔루션 매니저 조합원이 다수 포함된 지회와 단체교섭을 실시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하이엠솔루텍은 교섭단위 분리 신청 결과에 따라 법률상 지위가 변동되는 만큼 중노위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노위 결정으로 지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해도 회사 분할이 이뤄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유지할 실익이 없어지는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며 "(지회가) 재심신청을 통해 달성하려는 구제의 내용이 사실상 실현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회사 분할로 교섭대표노조 역할을 맡기에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 분할로 지회 조합원 중 상당수의 소속이 분할신설회사로 이전됐다"며 "지회가 대표성을 상실할 정도로 조합원 구성 및 수에 변화가 초래됐기 때문에 지회가 사실상 교섭대표노조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아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섭단위 분리로 달성할 수 있는 이익이 더 큰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지회 조합원 중 케어솔루션 매니저와 일반근로자 비율은 7 대 3 수준이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의 이해관계가 더 우세하게 관철되고 일반근로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대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이번 판결로 회사 분할 등 기업의 조직 변경 이후 발생하는 노사 간 분쟁에 관한 판례를 축적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엠솔루텍을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노동위원회의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회사 분할로 교섭단위가 분리된다는 점을 설시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회사 분할로 인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 이때 기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관해 다룬 최초의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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