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퇴근 기록상 업무시간, 과로 기준 못 미쳐도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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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672회 작성일 21-11-10본문
출퇴근 시간을 근거로 산정한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과로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안금선 판사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안 판사는 지난 8월 "A 씨의 뇌경색은 업무상 부담으로 인해 발병했거나 A 씨의 기초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며 "A 씨의 업무와 뇌경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전공과 무관한 부서로 이동해 근무하던 중 출근 준비를 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공단은 뇌경색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38시간 48분으로 노동부 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 판사는 "(A 씨가 이동한 부서는) A 씨의 전공이나 기존 업무 영역과는 무관한 제품 관련 기술과 영업 프로세스에 대한 지식, 외국어 능력 등이 필요했고 선호부서이지만 다른 부서보다 객관적인 업무량도 많았다"며 "이동 후 부서의 업무 자체가 A 씨에게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임자로부터 방대한 인수인계 자료를 받아 이를 숙지해야 했고 다른 팀원들이 A 씨의 업무 일부를 대신 처리해 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출장을 가 교육을 받으면서 업무를 병했다"며 "이동 후 부서에 적응하기 위한 이러한 일들도 A 씨에게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의 업무시간을 출퇴근 카드가 출입구 단말기를 통과한 시각을 기준으로 산정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 판사는 "원고가 발병 전 2주차에 하계휴가를 사용했고 9, 10주차에 각 1일씩 휴가를 사용해 평균 업무시간이 적게 산정된 것"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기존 부서에서 매주 평균 40시간 이상 근무했고 이동 후 부서에서는 매주 평균 45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꼬집었다.
A 씨가 여름휴가 중 3일에 걸쳐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했지만 업무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은 사실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안 판사는 "회사 정책으로 인해 직원들이 야근 대신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자택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이고 A 씨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면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따로 공부하면서 퇴근 후에도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A 씨의 실제 업무시간은 공단이 산정한 업무시간을 상당히 초과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업무환경 변화, 업무내용, 정신적 부담을 고려하면 업무시간에 반영되지 않는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라며 "A 씨의 출퇴근 카드, 컴퓨터 로그기록에 근거해 산정된 업무시간이 노동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A 씨의 뇌경색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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