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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근로자의 퇴직급여 미지급 위헌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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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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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헌법재판소 2021-11-25 선고, 2015헌바334, 2018헌바42(병합) 결정
  2. 저자 : 양승엽
  3.  

【결정 요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근로조건의 보장은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효율적인 기업경영 및 기업의 생산성이라는 측면과 조화를 이룰 때 달성이 가능한 것이다. 근로자가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퇴직급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근로자의 장기간 복무와 충실한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즉, 근로자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퇴직급여 성립의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은 일부 근로자를 한정하여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히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판단이라 할 수 없다.

 

 

현행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은 본문에서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단서로서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청구인들은 각각 한국마사회의 시간제 경마직 직원과 대학교의 시간강사로서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소정근로시간을 근로계약으로 체결하였다(이하, 이러한 근로자를 초단시간 근로자라 함).

쟁점은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이 「헌법」(이하, 헌법) 제32조 제3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 간에, 또한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닌 단시간 근로자에 대해 차별이 일어나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7인)은 먼저 근로조건 법정주의 위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헌 의견을 제시하였다.

첫째, 근로조건의 보장은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효율적인 기업경영 및 기업의 생산성 측면과 조화를 이룰 때 달성이 기능하고, 이것이 헌법 제32조 제3항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한 취지라는 점이다. 그런데 근로자가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퇴직급여법상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며 근로자의 장기간 복무와 충실한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근로자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퇴직급여 성립의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은 일부 근로자를 한정하여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히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판단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현행 법조문은 이러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나 기여도를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데, ‘근로실적’ 또는 ‘근로성과’ 등의 지표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인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을 두고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는 현실적으로 초단시간 근로계약이 대부분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 미만의 단기고용인 점이 전제되었다.

셋째, 이렇게 초단시간 근로자의 퇴직급여 지급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을 보완해 줄 다른 사회보장적 제도, 즉 국민연금제도, 기초노령연금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그리고 「고용보험법」상의 실업급여제도가 존재한다는 점도 감안이 되어야 한다.

넷째,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75호 「단시간 근로 협약」(1944) 제8조에서도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 또는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법정 사회보장제도의 모든 범주, 고용관계 종료, 연차 유급휴가와 유급휴일, 병가제도에 대해 예외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평등원칙 위배 역시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해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즉, 어떤 사회보장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일거에 그것이 곤란할 때는 단계적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퇴직급여법의 목적은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제1조)인데 초단시간 근로자의 배제 역시 퇴직급여제도의 보편적인 적용이라는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단계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사용자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어 입법 재량을 벗어난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 합헌의견에 대해 소수(이석태,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소수의견은 초단시간 근로자의 퇴직급여제도 배제가 헌법 제32조 제3항에 위배된다면서 다수의견의 논거를 하나하나 반박하였다.

먼저 다수의견이 퇴직급여제도의 법적 성격을 노후보장 목적의 공로보상에서 찾았다면, 소수의견은 그것을 근로 제공의 대가인 ‘후불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본다. 초단시간 근로자 역시 해당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반대급부인 임금의 성격을 갖는 퇴직급여의 지급대상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 취지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다른 제도가 보완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초단시간 근로자는 「고용보험법」,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초단시간 근로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초단시간 근로가 일시적인 근로형태이기는 하지만 그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초단시간 근로자까지 퇴직급여제도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사용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 「근로기준법」 제18조 제1항은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여 비례 보호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소수의견 측은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역시 그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퇴직급여액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퇴직급여액에 대한 비례성을 담보할 수 있어 초단시간 근로자를 퇴직급여제도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심대한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평등권 침해에 대해서도 퇴직급여의 후불임금적 성격을 전제로 다른 단시간 근로자와 지급 여부에 차이를 둘 합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며, 사회보장적 기능에 따른 지급 필요성 역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공로보상적 측면에서 본다고 할지라도 시간의 양적인 차이가 있을지언정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에서 다른 단시간 근로자와 유사한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퇴직급여 적용 여부에 차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제175호 「단시간근로 협약」(1944) 제8조의 경우도 본 협약이 ‘근로시간 및 소득 기준’이 다수의 단시간 근로자들을 배제하지 않도록 설정되어야 하며, 노사단체의 협의 등을 통해 그 기준이 정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점진적으로 보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상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살펴보았을 때, 두 의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퇴직급여’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다수의견은 퇴직급여를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주는 ‘공로보상금’의 성격으로 보았고, 이는 기존 헌법재판소의 다수 결정문에서 설시한 바였다(헌재 2008.11.27. 2007헌바36; 헌재 2011.7.28. 2009헌마408 등).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가 본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입법 형성 재량의 여지가 컸고, 이에 따라 합헌의견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소수의견은 퇴직급여의 성격을 ‘후불임금’의 성격으로 보았으며 이는 기존 대법원의 견해이다(대법원 2017.5.11. 선고 2012다200486 판결 등). 내가 일해서 받아야 할 돈, 즉 반대급부인데 왜 입법자가 제한하는가가 심각한 문제이고 엄밀한 이론 구성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연스레 위헌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퇴직급여의 법적 성격 여부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 논쟁은 현재의 퇴직급여법이 제정되기 전 「근로기준법」에서 퇴직금제도가 설정되어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직금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①공로보상설, ②임금후불설, ③생활보장설로 나뉠 수 있다.

먼저 공로보상설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은혜에 기초한 것으로 임의적ㆍ시혜적 성격의 급여이기 때문에 그 권리성이 희박하며, 현재는 이를 주장하는 견해가 없다고 한다. 임금후불설은 임금의 미지급분을 퇴직 시 일괄하여 정산한다는 것으로 다만, 1년 미만이라는 단서가 붙는 것은 불확정 기한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학계의 통설이자 대법원의 확고한 견해이다. 마지막으로 생활보장설은 임금후불설에 대한 비판에서 생겨난 것으로 임금이되 퇴직 후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단독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후불임금적 성격을 겸한다는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생각건대, 현실적으로 퇴직금이 일정 근속연수와 근로시간을 채운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 그 시기 또한 퇴직 시로 확정되어 있다는 점을 보면 후불임금의 성격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근로계약ㆍ취업규칙ㆍ단체협약에서 명문화되어 일종의 규범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점 역시 노사 모두 이것을 임금을 매개로 한 관례로서 합의한 것이라 판단된다.

다만, 퇴직급여법이 제정되면서 그 목적으로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생활보장설 역시 후불임금적 성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퇴직금의 법적 성격이 후불임금인데 퇴직금을 연금 형식으로 변환시켰다고 해서 그 법적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현재 퇴직급여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퇴직금의 법적 성격이 달라졌다는 주장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사용자의 경제적 상황을 규범적 판단으로 치환하려 한 데서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법제도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체의 사회ㆍ경제적 상황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ㆍ경제적 상황에 매몰되어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퇴직급여의 법적 성격에 좀 더 충실한 해석을 하여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보호 해석에 충실한 소수의견이 보다 더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양승엽(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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