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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등을 기준으로 정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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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440회 작성일 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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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고등법원 2021-09-08 선고, 2015가합561002, 2017가합520173(병합), 2017가합555742(병합) 판결
  2. 저자 : 심재진
  3.  
【판결 요지】

1,2차 취업규칙은 모두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부당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피고는 교육서비스업과 학습지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X회사이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X회사의 직원으로 학습지 회원에 대한 모집ㆍ유지ㆍ교육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하 직원 교사)이다. 이 직원 교사들은 학습지판매결과에 연동되지 않고 직무등급과 근속기간에 따라 상향되는 임금을 받고 있어, X회사와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 회원에 대한 모집ㆍ유지ㆍ교육 업무를 수행하며 학습지 판매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정해지는 수수료를 받는 위탁직 교사와 구별된다.

X회사는 1차로 2009년 5월 취업규칙의 개정을 통해 정년을 2년간 연장(직무등급 G1, G2의 경우 55세에서 57세로, 직무등급 G3, G4의 경우 만 55세로)하면서, 직급정년과 직급별 일정 연령(G4—44세, G3-46세, G2-48세, G1-50세)에 달한 직원 교사에 대해 1년 차 90%, 2년 차 70%, 3년 차 이후에는 60%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X회사는 같은 해 10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들에게 적용대상 사실과 삭감되는 임금 등을 안내하면서, 자발적 전직을 선택하면 기본급 6개월 치 전직 지원금이 별도로 지급되며, 퇴직금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감액 이전의 임금으로 지급된다고 안내하였다. 그리고 동월 인사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는 나이에 따른 퇴출프로그램으로 급여를 원복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고 결정하였다.

그리고 X회사는 2차로 같은 해 12월 취업규칙의 개정을 통해 직급정년과 직급별 일정연령에 달하는 직원 교사에 대한 삭감률을 상향하여 1년 차에는 70%, 2년 차에는 60%, 3년 차 이후에는 50%를 지급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그리고 X회사는 2013년 6월 취업규칙의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의 최초적용연령을 G1, G2의 경우 만 52세, G3, G4의 경우 만 50세로 상향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들인 직원 교사들은 취업규칙의 변경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들 중 법원이 인정한 것은 노동조합이 있으나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한 동의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 원고들은 이렇게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의 내용이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근거로 연령 관련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되어 연령차별금지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하였고, 직급정년제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률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민법」 103조와 104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의 판결요지와 같이 1,2차 취업규칙 모두가 연령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무효이고, 나아가 내용이 현저히 부당하여 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X회사의 연령과 직급정년에 관련한 임금피크제는 이미 선행사건에서 다른 직원교사들이 이 사건 원고들과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여 법원이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선행사건과 이 사건 모두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이유로 연령과 직급정년에 관련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선행사건에서는 절차적 위법성만으로 이미 무효임이 명확하기 때문에 연령차별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했던 반면에, 이 사건에서는 이 주장도 별도로 판단하여 위의 요지와 같은 판시를 한 점에 차이가 있다. 이 사건에서 연령차별 등의 주장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한 것은 이 사건 원고들 중 1명이 X회사의 1,2차 취업규칙 개정 이후에 입사하여, 불리하게 개정되기 전에 입사한 근로자들과는 달리 개정 후 입사한 근로자들에게는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하다고 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법리에 따라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후 입사한 이 원고에게는 이 사건의 변경된 취업규칙이 여전히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은 선행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동일하게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의 요건에 대해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된다. 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을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할 때”, 그 요건은 “가능한 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그 충족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집단적 근로조건의 대등 결정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이제까지의 대법원의 판례법리가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회사의 개정필요에 대한 설득과 홍보를 용인하면서, 간섭이나 배제가 없었는지만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과 대비된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취업규칙 절차의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의 임금피크제가 연령차별금지법 등을 위반하여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점이다. 이 사건은 명시적으로 연령차별금지법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취업규칙 등이 무효라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사건에서의 법원의 판결 스스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위 위법의 효과가 제한되어 한계가 있으며, 이번 사건과 같은 유형에서는 실체적 위법성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는 아니지만, 설령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해 절차적으로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도 불합리한 차별과 같이 헌법이나 혹은 다른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는 경우 위법하게 된다는 것을 법원이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령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와 직급정년의 도달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를 구별하고 이에 따라 연령차별금지법과 「민법」 103조 위반을 각각 판단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비록 등급별로 정년이 연장되지만,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삭감이 과도하다는 점 등을 주요한 근거로 하여 합리성이 없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특히 법원은 상당한 비율의 임금삭감이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하였는지 여부’에 연동되는 것으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추어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라고 설시한 점은 주목된다. 이와 같은 법원의 설시는 연령에 대한 차등 대우가 합리적이어서 연령차별로 보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의 관련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연령차별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할 요소와 기준에 대해 법원의 이러한 설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구체적으로 연령차별금지법의 조문을 충분하게 참조하거나 고려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연령차별금지법에서는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고 하여(제4조의4 제2항) 소위 간접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 등급의 직급정년에 도달하였는지의 기준은 승급대상에서 누락한 횟수(임원의 경우는 승급된 이후 경과기간 혹은 연령)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 기준대로 하면 결과적으로 특정 직급 내에서 상대적으로 연령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직급정년에 도달하여 이들이 더 자주 임금삭감을 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는 「민법」 103조에 의존하지 않고도 연령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로 보아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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