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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시 '비밀누설·비방금지' 약정했어도…"공익목적 공개는 약정 위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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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91회 작성일 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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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퇴사하면서 회사와 비밀 누설이나 상호 비방을 금지한다는 약정을 맺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에 회사 내부 운영과 관련한 사실을 제보했다면 어떻게 될까.

근로자가 방송에 회사 내부 사실을 누설하거나 비방했다고 해도,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진실에 해당하는 사실을 제보하는 등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비방금지이나 비밀누설 금지 약정을 위반한게 아니므로 손해배상 청구이 기각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 김순한 판사는 지난 2월 18일, 원고 사단법인 차범근 축구교실이 전 근로자인 노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노씨는 2002년 6월, 차범근 축구교실 코치로 고용돼 근무하다 2015년 퇴직한 사람이다. 노씨는 퇴직하면서 약정서를 체결했는데, "법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비밀누설금지 약정과 "향후 일체 상호비방을 하지 않는다"는 비방금지 약정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노씨는 퇴직 직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축구교실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계속 올렸고, 이후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에 제보를 하기도 했다.

결국 2016년 7월, 문화방송은 "차범근 축구교실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친인척 직원들의 근무행태가 불량했으며, 무상으로 후원 받은 물품을 유상으로 판매하는 등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방송을 내보냈다. 
 
원고 차범근 축구교실(이하 법인)은 전 근로자 노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인 측은 "비밀누설 금지 및 비방금지 약정을 했음에도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글을 올리고, 방송에 제보를 하는 방식으로 비밀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누설했다"며 "비밀누설 금지 및 비방금지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먼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비밀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없다)"며 "이렇게 위법성이 없는 경우 (약정 위반이라는) 채무불이행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를 근거로 김순한 판사는 노씨가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제보를 한 행위에 대해 "채무불이행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원고 법인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적 존재이고, 퇴직금 지급 여부도 이런 공적 법인의 운영과 관련한 사항"이라며 "설령 노씨의 제보가 법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할 수 있다고 해도,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판단해, 비방금지 위반이라는 채무불이행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 친인척 근무행태 부분 등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해 노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비밀 침해도 아니라고 봤다. 김 판사는 "법인의 비밀은 사생활 비밀에 비해 공익에 의한 제한 필요성이 크다"며 "법인 비밀을 누설해도, 영업 비밀처럼 특별한 보호가치가 없거나 공공의 이해와 관계 됐다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퇴직금을 안주거나 친인척의 근무행태가 불량하다는 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원고 법인의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일부 내용이 법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해도, 제보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비밀누설금지 약정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 노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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