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금피크제, 고령자고용법 위반한 차별”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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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21-10-07본문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 사건은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했을 때 불이익 정도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전날 대교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고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교는 직급을 6등급으로 나눠 일정 기간이나 횟수가 경과할 때까지 승급하지 못할 경우 승급 기회를 제한하는 직급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운영해 왔다. 대교는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에 정년뿐만 아니라 직급정년제에 따른 '직급 정년'도 포함시켰다.
근로자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해 직원들 동의를 받을 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아닌 직원들까지 동의 대상에 포함시켰고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이나 간섭을 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내용상으로 위법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급정년제를 적용받아 승급이 제한된 상태의 지위는 일종의 '후천적 신분'인데 이를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근로자들은 또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건 고령자고용법 위반이고 임금 삭감률이 지나치게 과도해 민법 103조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다.
1심은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봤다. 1심 법원은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내용의 설명, 방법, 의견취합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취합의 단위와 방법, 근로조건의 불이익 정도와 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부여됐다고 단정할 수없다"고 했다.
2심도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은 더 나아가 임금피크제가 내용상으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은 모두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부당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교 임금피크제가 통상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해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 일방적인 불이익을 가한다"며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연령에 도달했는지' 여부와 '승급 대상에서 누락했는지' 여부에 연동되는 것으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추어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교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을 상대로 퇴직을 권한 점 ▲회의 자료에 임금피크제 모적이 퇴출인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었던 점 ▲임금피크제 적용자 중 퇴사 비율이 비적용자에 비해 높은 점을 근거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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