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용광로 주야 교대근무하다 사망...과로 기준 미달해도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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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40회 작성일 21-10-27본문
용광로 근처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면 과로 인정기준에 못 미쳐도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는 공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ㆍ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A 씨의 업무상 과로와 유해요인 등이 A 씨의 신체적 요인과 겹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허혈성 심장질환을 발병하게 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상 사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6년간 제조공장에서 주ㆍ야간 교대근무 형태로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A 씨 업무는 용광로 근처에서 용해된 원료의 주입상태를 확인하고 주입기를 활용해 첨가제를 배합하는 일이었다. 용광로 주변 온도는 약 35도였다. 평균 소음은 약 82데시벨(dB)로 만성적인 소음 수준이다.
A 씨는 야간근무 중 공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유족은 A 씨가 과로와 교대근무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병해 사망한 것이라면서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A 씨 사망이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면서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의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 직전 12주간 및 4주간의 각 업무시간은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동부 고시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 기준을 해석ㆍ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노동부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A 씨에게 발병한 허혈성 심장질환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신체적ㆍ정신적 피로도가 높지만 오히려 야간근무자의 휴식시간이 더 짧고 잔업이 잦았던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A 씨는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어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주는 야간근무 특성상 이러한 형태와 강도의 교대근무를 장기간 견뎌 왔다"며 "주간근무만을 하는 사람보다 고혈압ㆍ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고 이는 A 씨의 근무일정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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