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시절 체불임금 달라"...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청구, 법원서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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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15회 작성일 21-02-23본문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의 자회사 피비파트너즈가 제빵기사들이 협력업체 소속 시절 받지 못한 체불임금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본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협력업체 소속이던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려 설립된 피비파트너즈와 협력업체는 별개며, 영업을 양수한 관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당시 시민단체들과 파리크라상, 노동조합, 정당 등이 함께 맺었던 파리바게트 '사회적 합의'의 효력과도 관련된 판결로 보여 눈길을 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재판정 정용석)는 지난 1월 8일, 제빵기사 등 피비파트너스 소속 근로자 44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근로자들은 파리크라상의 11개 협력업체에 소속돼 제빵기사, 카페기사 등으로 일하다가 2017년 경 피비파트너즈에 입사한 직원들이다.
이들의 소속이 피비파트너즈로 변경된 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7년 7월, 파리크라상과 11개 협력업체를 상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했고, 제빵기사의 고용형태가 피비파트너즈를 원청으로 하는 불법파견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후 파리크라상이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 사건은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파리크라상은 직접 고용 대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어느정도 향상시켜주되 '해피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조 등은 "자회사 설립에서 기존 협력업체를 제외하라"며 반대에 나섰다.
결국 노동조합, 시민단체, 정당, 시민사회대책위의 요구에 따라 파리크라상은 이들과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해피파트너즈는 파리크라상이 51%의 지분을 가진 '피비파트너즈'로 변경하고, 직원들은 피비파트너즈와 신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직원들은 협력업체 퇴사 후 신규 채용 형식으로 피비파트너즈에 입사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피비파트너즈를 상대로 지난 2018년, 체불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협력업체 시절 미지급 임금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협력업체를 영업양수한 피비파트너스는 협력업체가 미지급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연장, 야간,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당시 지급했던 식대와 통신비, 활동비도 통상임금이므로 이를 포함해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한 다음 부족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이는 결국 피비파트너즈가 기존 협력업체를 흡수합병하거나 영업양수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쟁점으로 연결됐다. 흡수합병, 영업양수로 인정되면 기존 회사의 채권채무 등은 포괄적으로 승계 된다. 회사 측은 "흡수합병이나 영업양수가 아니다"며 "채무를 포괄승계하지 않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 "피비파트너즈는 협력업체 흡수한 것 아냐…다른 회사"
법원은 "흡수합병이나 영업양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라고 판단해 피비파트너즈 측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협력업체와 피비파트너즈가 상법상 흡수합병 절차를 거치거나 합병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원고 근로자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협력업체를 사직한 후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적을 했고, 파리크라상도 전적으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속기간과 퇴직연금제도도 승계했다"며 "이렇게 전적이 유효하다면, 종전 협력업체와 피비파트너즈 사이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므로 전적 전후 근로관계는 승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 내용도 쟁점이 됐다. 사회적 합의에서는 "피비파트너즈가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협력사를 대신해 대위변제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는 협력업체 체불 임금만 대위변제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 영업양수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근로자들은 "피비파트너즈가 협력업체들이 사용하던 생산관리와 인력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했고, 협력업체들이 내부 사업본부로 그대로 편제됐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시스템은 원래 파리크라상 소유고, 협력업체를 통해 고용하던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인만큼 내부조직 편제는 업무의 연속성과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런 사정만으로 영업양도를 추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등에서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식비 등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협력업체에서는 식비로 1일 6,000원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고용승계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들은 새롭게 설립된 피비파트너즈의 취업준칙을 따라야 하고 이전 협력업체 취업규칙이나 노동관행을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고정성을 부정했다.
통신비와 활동비 역시 "지급을 위해 영수증 제출을 요구한 점, 사후적으로 보전 해 준 점을 볼 때 이는 실비변상적 금원"이라며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담당한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노사정이 모두 참여한 사회적 합의의 의미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보호하되 법률적 분쟁을 막겠다는 의미였다"며 "이를 두고 상법상 영업양도나 합병 같은 법률적 의미로 확대해석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회적 합의의 효력을 두고서 근로자들의 불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월 8일에는 제빵기사들이 근로자들이 파리크라상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각하되기도 했다.
이 사건도 '제빵기사들의 파리크라상에 대한 직고용 소송을 취소하는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가 조건부 합의인 것을 전제로 소취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이 전제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합의로 즉시취하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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