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정상화 촉구 시위 참여한 변호사들…“징계사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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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26회 작성일 21-03-03본문
'법률구조공단 정상화 촉구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소속 지부장 변호사들에게 내려진 공단 이사장의 지시는 무효이므로, 이를 어기고 지부장들이 시위에 참석한 것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성균)는 지난 12월 11일, 김 모씨 등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부장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변호사 15명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변호사 노동조합(이하 '변호사 노조') 대표 위원장 A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대회'라는 명칭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운영 정상화 촉구를 목적으로 하는 옥외집회를 개최했다.
공단 전임 이사장(이하 '이사장')은 "지부장들은 공단의 대외적 위상을 훼손하거나 이사장의 정책추진을 반대하는 목적으로 외부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단체협약 및 쟁의절차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것이므로 집단 행동을 삼가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 원고인 변호사들은 연차휴가나 조퇴를 사용하고 "육아휴직자 복직강요, 재계약 거부 웬말인가", "직권남용 인사보복 조OO OUT" 등의 피켓이 설치된 집회에 참여해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다. 노조 위원장 A는 이로 인해 고발당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공단 측은 이 사실을 근거로 원고 지부장 변호사들에게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이 외에 지부장들은 직원 직무평정을 제 시간 내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징계 사유에 덧붙여 졌다.
공단이 2019년 7월, 공단이 일부 직원에 대한 근무평정권을 고객 지원부장에게 넘기는 내용의 개정을 하자, 지부장인 원고 변호사들은 항의 차원에서 "개정이 철회될 때까지 2019년 상반기 직원근무평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발표했고 실제로 공단이 지정한 근무평정 일정을 넘기고야 말았다. 이후 공단 측과 변호사들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지면서 평정기간이 연기됐고, 연기된 평정기간까지 지부장들은 평정업무를 완료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근거로 공단은 2019년 8월, "직무상 명령을 위배했고, 지정 근무평정기간 안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지부장 변호사들에게 "불문경고"를 내렸다.
결국 지부장들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주장하는 것은 물론, "집회 참가를 금지하는 전임 이사장의 지시는 정당한 직무상 명령이라 할 수 없어서 이를 위반하는 것은 징계사유가 되지 않으며, 연장 근무평정도 이미 이행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변호사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직무상 명령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명령이어야 한다"며 "집회참석 금지명령은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 사항이므로, 직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법률구조법에서 직원들의 자주적 단체행동권 등 공무 외의 집단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며 "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자에게 법률구조를 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바, 공단 설립 목적은 변호사들의 직무와 집회 참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집회의 성격, 집회에 이르게 된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해 집회에 참여한 점을 볼 때 집회 참여로 공단의 경영상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법률구조사업 수행에 지장이 발생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사장의 집회참석 금지명령은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복종의무를 발생시키는 직무상 명령이라고 볼 수 없고,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무 평정 지연도 "평정규정이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로 이뤄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과 공단 사이에서 단체협약을 통해 개정이 됐다고 하지만, 이는 지부장은 변호사들의 업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개정에 반대하는 의미로 업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단 측과 개정방향을 협의하고 그 후 근무평정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보면, 원고 지부장들이 근무평정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단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공단 측은 본안 전 항변에서 "불문경고는 징계가 아니다"라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불문경고는 징계감경 사유인 장기근속 공적의 사용을 소멸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불문경고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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