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노조 동의한 임금피크제, 노조 가입자격 없는 근로자에게도 적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84회 작성일 21-03-16본문
회사가 과반수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규칙 변경 형식을 취했다면,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근로자에게도 임금피크제가 적용이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단독 강경숙 판사는 지난 2월 5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퇴직한 A씨가 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1980년 공단에 입사해 2016년 정년퇴직한 근로자다. 2014년부터는 일반직 1급으로 승진해 지사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공단 직원은 연봉제를 적용 받는 1, 2급 직원과 호봉제를 적용 받는 3급 이하 직원들로 구분된다. 1, 2급 직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런데 공단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에 따라 2015년 임금피크제 도입에 나섰다. 이에 따라 공단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부 유관기관 노동조합 한국산업인력공단지부(이하 노동조합)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단체협약)했다. 또 이 합의에 따라 운영지침(취업규칙)을 시행해, 정년퇴직일 3년전부터 임금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는 "시행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지급됐을 금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운영지침에 따라 1, 2급 연봉제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입었는데도, 공단은 제대로 된 설명 절차를 취하지 않고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지지 않았다"며 "노동조합 가입 대상자가 아닌 연봉제 직원들은 노동조합원과 근로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지침은 연봉제 직원들에게는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종전과 동일한 정년을 보장하면서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라며 "공단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 위반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법원은 비록 1, 2급 직원들이 노조 조합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경숙 판사는 "공단이 연봉제 적용 근로자와 호봉제 근로자에 따로 적용하는 인사규정이나 보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호봉제와 연봉제는 근로자 급여 지급 방식의 차이에 불과해, (두 직군이)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 보기 어렵고 근로조건이 이원화 돼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공단 근로자는 3급 이하 직원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연봉제 적용 근로자와 호봉제 적용 근로자는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에 있는 동일한 근로자 집단"이라고 봤다.
따라서 A 등 1, 2급 직원들이 과반수 노조의 조합원으로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반수 노조가 동의한 이상 적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춘 임금피크제라는 판단이다.
■과반수 노조와 단체협약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도입했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반수 노조 동의)도 갖춘 것
A는 자신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지만 기각됐다.
우리 노조법은 사업장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 적용을 받게 되면 다른 동종 근로자들에게도 그 단체협약을 적용한다(일반적 구속력). A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1, 2급 직원들은 동종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일종인 노사 간 합의의 일반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1,2급 직원들에게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강 판사는 "임금피크제는 노사 간 합의(단체협약)뿐만 아니라 운영지침(취업규칙)을 신설해서 적용한 것"이라며 "과반수 노동조합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단체협약 형식을 취했다면, 취업규칙(운영지침) 불이익 변경에서도 절차적 요건(과반수 노조 동의)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단체협약 방식이라도 과반수 노조가 동의한 이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서 요구하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있는 셈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일반적 효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고령자 고용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다른 유형에 비해 불이익 정도가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운영지침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 대해 별도 직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지원 규정을 두는 등 여러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고,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할 때 적용기간 및 삭감률을 과도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3급 이하 직원들이 2급 이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어서 하나의 근로자 집단으로 볼 수 있다면 당연히 2급 이상 직원들에게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기존 대법원 판례의 결론을 종합한 판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전글일진다이아몬드, 노조 상대 5억 손해배상 소송서 패소…"쟁의행위는 업무방해 아냐" 21.03.16
- 다음글여러 사업체 운영하며 근로자 돌려써 퇴직금 안준 사업주에 “제동” 21.03.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