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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합격시킨 병원 사무국장...법원 “아들은 몰랐어도 부정행위자, 합격 취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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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71회 작성일 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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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저지른 채용비리 행위로 아들이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면, '부정한 행위로 인해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에 아들의 합격 및 임용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들이 설사 그 사실을 몰랐거나, 부정행위가 임용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송인경)는 지난 4월 29일, 광주 OO대학교 병원 전 근로자 B와 C가 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했다.
 
사망한 고 A는 피고 OO대학병원의 사무국장이었고, B는 A의 아들이며 C는 B의 여자친구다.
 
B와 C는 2018년 이 병원 채용시험에 응시해 최종합격해 보건 6급 방사선사로 임용된 바 있다. 그런데 2019년 12월,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이 병원에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사항이 통보됐다. 이 처분사항은 "A를 중징계 하고, B와 C를 합격 및 임용취소 조치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던 시국이었다.
 
교육부 지적사실에 따르면 A는 자신의 병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특정 영어문제집 2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과 여자친구에게 해당 문제집을 사다가 읽어 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결국 이 병원 방사선사 채용 시험필기시험에서 B와 C는 문제 20문항을 전부 맞춰 합격한 바 있다. 이후 특별조사기간에 이들에게 20문항을 다시 풀어보라고 했지만, 이들은 각각 5개와 8개 밖에 풀지 못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유출에 대해서는 광주지방검찰청도 "기출문제가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A는 채용 절차에서 채용 과장으로부터 "아들이 시험에 응시해 시험 관리위원에서 제척대상"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내가 책임질테니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라"며 윗선에 보고도 막았다. 그리고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시험에 시험관리 위원으로 나섰다. 이 병원 시행세칙은 시험위원이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응시하는 경우 제척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채용결과를 알고 있으며, 아들의 성적이 높지 않았다면 다른 위원들에게 합격을 부탁하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노조로부터 채용비리 혐의로 고발된 상태에서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지시했고, 주요 파일이 저장된 자신의 원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결국 병원 측은 2020년 3월 특별인사위원회를 열고, 원고 B와 C의 임용 취소 처분을 내리고 이를 통지했다. 이에 B와 C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들은 "A로부터 영어문제집이 무엇인지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며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임용취소처분은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원고 근로자들은 "A가 비록 B의 임용시험 응시를 알면서 시험관리위원 역할을 수행했지만, 필기시험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며 "이를 부정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라고도 주장했다. 또 "비록 A가 부정한 행위를 했어도 자기 실력으로 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이므로, A의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아 불공정하게 선발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병원 측은 "A는 영어문제집을 유출하고 B에게 이를 알려줬고, B는 여자친구 C에게 이를 알려줬다"며 "이는 시행세칙에서 정하는 부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접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A가 시험관리위원 부당참여, 컴퓨터 하드디스크 임의 교체 및 디가우징 등 부정행위를 했다"며 "비록 원고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도, 이들은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는 경우이므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한편 병원 직원임용시험 시행세칙에는 "임용시험에서 응시원서 제출시 허위사실을 제출하거나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자는 당해시험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B가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법원은 먼저 기출문제 사전 유출은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A가 시험 관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행세칙은 공정한 임용절차를 위해 응시자의 친족 등을 시험위원에서 제척시키는 강행규정"이라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직무집행으로부터 제외되고 이를 위반한 임용시험절차는 절차에서 정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행 세칙에서 정하고 있는 '기타 부정한 행위'는 부정행위 이익을 받게 될 지원자가 부정행위 사실을 알지 못했어도, 지원자가 부정행위 탓에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다면 그 채용 역시 부정행위에 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는 시험관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는 시행세칙을 위반한 부정한 행위이며 비록 A의 아들 B가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타 부정한 행위'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는 경우"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B에 대한 임용취소처분은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고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여자친구 C에 대해서는 임용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가 B와 교제중이라는 사유로 기타 채용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며 "C를 시행세칙 상 부정한 행위를 한 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C의 항소만 인용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부정행위로 인해 아들은 임용이 취소됐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는 일자리를 유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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