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리’ 기자에 폭로하고 직원들에 이메일 보낸 교수…법원, “해임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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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21-06-23본문
학교에 비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전체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배포한 교수가 해임처분 됐지만, 법원은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명예훼손이나 품위 유지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광주지방법원 제 14민사부(재판장 신봄메)는 지난 5월 13일, 대학 교수 한 모씨가 자신을 해고한 학교법인 OO학원을 상대로 청구한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씨는 피고 OO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이하 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한편 이 대학교는 한의학과를 두고 있어서 부속병원을 소유해야 함에도 다른 한방병원을 임차해서 부속병원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병원 부동산 취득을 위해 교비회계 수입을 집행한 사실이 적발돼 교육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재산 취득처분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발전 기금 등을 교비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법인 기금으로 관리하거나, 학교법인 변호사 선임료로 집행한 사실도 지적 받았다.
한 씨는 이 사실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기고문, OO대학교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등을 통해 폭로했다. 이후 교육부가 감사에서 지적한 부분에 대해 이 대학교 이사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혐의는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OO대학도 역으로 한 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지만 이 역시 혐의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가 나왔다.
또 한씨는 OO대학 불법비리에 대한 검찰 및 교육부의 공정한 수사와 감사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집회는 OO대학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으며, OO대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참석이었다. 그 외에도 대학교 직원에게 대학이 진행하는 사업자료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출입문을 두 번 차기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OO대학은 한 씨에게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징계 사유는 "한씨가 성실의무, 직장 이탈 금지 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으며, 결국 2019년 7월 이사회를 거쳐 해임처분을 의결했다.
이에 한씨가 대학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한씨는 "성명서나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교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은 공익을 위해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므로 명예훼손이 아니며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배포한 보도자료 등을 보면 경멸적, 모욕적 내용이나 교원으로서 품위를 잃었다고 볼 내용이 없다"며 "교육부 감사결과처분서 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논평했으므로 표현 방법도 품위를 손상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내용은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이지만, 법률전문가 도움 없이 검토하면서 발생한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고 진실이라고 믿은 것"이라며 "대학교 이사장이 불기소처분을 받은 것도 보도자료 배포 등 행위 이후에 발생한 결과이므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행동을 한 것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다만 집회 참석과 출입문을 걷어 찬 것은 징계사유가 된다고 봤다. 휴가를 신청하거나 허가를 받아 참석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직장을 이탈한 것은 징계사유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방학기간이라고 별도 복무규정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교수들이 징계 받은 선례가 없다는 게 한 씨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입문을 찬 것도 품위 손상 사유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임처분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교수로서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처분은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라며 "대학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고 해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 밖에 교원 징계위원회가 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도 나왔다. 한 씨는 징계위원회가 불공정한 의결을 할 우려가 있다면 기피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 명단을 요구했는데, 대학 측이 제공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위법도 함께 주장한 것.
하지만 법원은 "별도로 법령 등에 위원 명단을 공개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은 이상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위원 명단을 알지 못해 기피신청권 행사에 다소 불편이 있었다고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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