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청업체에 자동차 설계도 실측업무 용역, 불법파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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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38회 작성일 21-01-21본문
현대자동차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를 맡은 용역 회사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소송을 통해 불법파견을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용역 회사가 독립적인 실체를 유지하고 있다면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 10월 30일, 하청 용역업체 근로자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피고가 된 B주식회사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현대차 연구소 내에서 자동차 설계도면 분석 업무 등을 수행하는 회사다. B회사는 용역업체인 C주식회사에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를 맡기는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A는 2015년 1월 1일부터 C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B회사의 사업장에서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 등을 수행하다 2017년 12월 31일 퇴사한 근로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B회사와 C회사는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를 특정하고 이에 대한 과업지시서를 작성해 용역 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C회사의 업무는 특수한 자동차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수행할 수 있었다.
A는 자신의 고용관계가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A는 "B회사의 사업장에 파견돼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무했고, 이는 근로자 파견"이라며 B회사가 자신을 직접 고용해야 하고, 자신이 B회사 근로자였다면 받았을 급여와 실제로 C회사에서 받은 급여의 차액 2억여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앞서 수원지방검찰청에도 C회사 대표를 "고용노동부 장관 허가를 받지 않은 근로자파견사업을 했다"며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A는 자신이 목요일마다 B회사의 직원에게 업무일지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 B회사가 개최한 워크숍에 몇차례 참석했던 사실, B회사의 직원이 자신의 채용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자신이 사실상 B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차량도면을 다운로드 하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연구소에 방문해서 현대차 관리자의 감독 하에 다운로드를 진행해야 했는데, 이런 절차가 B회사와 C회사 직원들 모두에게 해당했다는 점을 근거로 "하나의 작업집단에 편입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용과정에서 실질적인 면접 절차를 진행한 것은 C회사"라며 "B회사 직원들은 잠시 A를 만난 것일 뿐 사실상 오리엔테이션에 유사한 단계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 B회사 직원에게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보낸 것도 "도급업무 진척 상황을 위한 것"이라며 "워크숍 참석도 B회사와 C회사의 유기적인 관계를 위한 것일 뿐, 이를 근거로 실질적으로 B회사 직원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도면 다운로드에 대해서도 "엄격한 보안을 요하는 현대차 사업 특성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회사는 도급계약 체결 이후 자체적으로 A를 채용한 후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며 "독자적으로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를 배치했고, 소속 직원의 임금, 인사평가, 근태관리, 연차휴가 등을 직접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역시 전임자로부터 자동차 설계 프로그램 교육을 받았다"며 "이는 C회사가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C회사 직원들은 B회사 직원들과 격벽으로 분리된 업무공간에서 근무했고, B회사 업무공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원증이 필요했다"며 "A가 B회사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자동차 설계도면 분석 업무 중 일부를 도급준 경우, 도급인이 제공한 과업지시서나 차량도면, 시스템 사용 등을 무조건 상당한 지휘 명령의 징표로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급업무 수행을 위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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