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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받으면 임금 줄게”...대법원, “조건부 임금 지급은 무효, 전액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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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64회 작성일 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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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지급하겠다'라고 조건을 건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는 지난 12월 24일, 근로자 A씨가 서울 강북구 B문화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2019다293098).
 
B문화원은 서울특별시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온 법인이며, 보조금에는 직원 인건비도 포함이 돼 있었다. 그런데 2015년 7월, 강북구는 법인의 대표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보조금 교부를 중단했다.
 
이에 당시 원장은 원고 근로자 A에게 사무국장으로 일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사무국장 급여 250만원은 나라에서 나오며, 강북구청과 문제가 끝나면 사무국장 급여 예산이 바로 집행된다"며 "곧 문화원 자금 사정이 나아져 그 때 밀린 급여를 지급할 테니, 당분간 사무국장으로 일을 해주면 활동비 명목 월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원고 근로자는 이를 받아들였고, 2015년 10월,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원장은 A에게 2017년 7월 31일까지 매월 임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250만원을 지급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A는 2017년 11월, 하극상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A는 이를 부인하며 해임이 무효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받지 못한 기본급 250만원 등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낸 것. 1심과 2심은 해고가 징계절차 위반이라며 무효로 판단했다. 하지만 A가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판단이 나뉘었다.
 
2심 서울고등법원은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 나머지 월 2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것은,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이라는 조건(부관)이 발생하지 않으면 월 250만원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근로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장이 A를 속였다거나 의사에 반해 강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 부관(조건)이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해 250만원의 임금채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먼저 원장과 A가 체결한 계약이 조건부 임금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이상 임금 채권을 가지며, 채용할 때도 원장은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 밀린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기록을 살펴봐도 원고 A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월 250만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보조금 수령이라는 사유가 상당한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불확정 기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부관 자체도 무효라고 봤다. 즉, 보조금 수령을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 기한'이라고 본다고 해도, 이 부관 역시 근로기준법에 반해서 무효라는 의미다.
 
대법원은 "전임 사무국장의 월급에 비춰봐도 (A에게 책정된) 350만원이라는 급여는 합리적인 수준이며, 실제로 A에게 지급한 월 100만원은 최저임금액에도 미달되는 수준"이라며 "전체 임금액의 70%가 넘는 월 250만원 임금을 불확정기한으로 해서 지급하겠다고 한 것은 임금을 생계유지 수단으로 삼는 근로자의 생활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 43조에 위배된 '불확정 기한'인 부관만 무효이며, 월 250만원 임금지급 약정은 유효"라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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