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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선박 건조에 협력업체 사용, 불법파견 아냐”...조선업 블록 단위 도급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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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18회 작성일 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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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선박 건조 사업에서 협력업체를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블록 단위로 협력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조선업의 특성이 반영된 판결이다. 조선 분야에서 불법파견 관련 판결은 드물지만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이 1심에서 승소한 가운데, 2심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주호)는 지난 1월 13일, 정 모씨 등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청구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 씨 등은 지난 2017년, 자신들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를 지시 받았고, 현대중공업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 집단을 구성해 선박 건조작업을 수행했으므로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며 "파견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근로한 근로자들은 현대중공업 근로자라는 확인을 구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선주로부터 선박건조를 발주 받으면 여러 블록단위로 작업을 나눠 취부(1차 용접), 용접 등 공정을 통해 각 블록을 완성한다. 그 다음 완성된 블록들을 결합해서 배를 최종 조립한다. 현대중공업은 특정 블록을 두고 협력업체와 개별적으로 공사 계약을 체결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선박 설계도와 구체적인 작업 기준이나 방식이 담긴 작업표준, 시공 요령서를 제공했고, 현황판에 작업자 주의사항을 게시하기도 했다. 또 협력업체 작업 부분이 설계도에 맞는지 검사하고 하자가 있으면 즉시 재시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원고 근로자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사실상 현대중공업의 업무 지시를 받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법원은 현대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도 선주로부터 특정 선박 건조를 발주 받았으므로, 이에 따른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협력업체에 설계도나 작업표준을 제공한 것도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 대한 일의 완성을 지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협력업체 중 하나가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인력 공급 중심 용역계약이므로 실제 투입된 공사자수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공사대금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것(2017다283554)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먀 "해당 계약이 단순노무도급계약이나 인력공급 중심 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고,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보기 어려워..."사업 특성 반영한 판결"

 

또 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일부 작업을 현대중공업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했다고 해도, 이들이 현대중공업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만들어진 블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건조작업을 하는데,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특정 블록별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구분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했다"며 "일부 동일한 공간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작업 대상이나 내용을 달리해서 각자 맡은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공동작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력업체가 근로자의 선발이나 숫자, 작업과 휴게시간, 근태 점검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 작업인원 등을 파악해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데다 대규모 사업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인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협력업체는 작업인원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 '물량팀'에 일부 작업을 재하도급 하는 등 독자적인 인력운용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협력업체가 근로자 숫자 등에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특정 불록에 개별공사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이므로 협력업체 공사 부분은 다른 협력업체 공사 부분이나 직영 공사 부분과 구별되는 점 ▲협력업체는 기술 교육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한 근로자를 채용하는 점 ▲현장 작업자를 배치하는 등 독립적 조직을 갖춘 점 등을 들어 "협력업체가 도급계약을 달성하기 위한 독립적 조직이나 설비를 갖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현대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 현대중공업측을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조선업계에서 도급과 파견에 관한 최초 선례로 매우 의미 있다"며 "도급과 파견의 구별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기준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해당 사업의 특성과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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