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개별교섭 동의, 노조 골라서 할 수 없어”···최초 법원 판결 > 노동판례

노동자료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복지향상 및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노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가 함께 합니다.

“사용자 개별교섭 동의, 노조 골라서 할 수 없어”···최초 법원 판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07회 작성일 21-01-27

본문

3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가 그 중 한군데 노조와 개별교섭 동의를 했다면 나머지 노조들과도 개별교섭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가 골라서 개별 교섭할 노조를 선택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 지침은 이미 존재했으나 법원 판결로 확인 된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다.
 
수원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서영효)는 지난 11월 13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코리아OOO지회장 김모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한 후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김 모씨는 코리아OOO 회사(이하 회사) 근로자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코리아OOO 지회장이다.
 
이 회사는 주로 안성공장과 경주공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성 공장에는 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코리아OOO 지회(이하 '지회')와 한국노총 산하 B 노동조합이 있고 경주공장에는 기업노조인 C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는 상태다.
 
회사 노사는 2015년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회사는 2018년부터는 경주공장 C노동조합과 개별교섭 동의를 통해 개별 교섭을 진행해 왔다. 이와 달리 안성공장에서는 지회와 B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고, 그 결과 지회가 B노조를 제치고 교섭대표노조가 된 바 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씨는 2018년 7월, 노동조합 임금 및 단체협약안 수용을 요구하며 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파업에 돌입해 약 4개월 남짓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수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B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41조 1항)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우리 노조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있는 상황에서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전체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김씨에게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바 있다. 1심 판결은 당사자가 변호사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항고심 법원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복수노조 중 어느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하려면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자는 개별교섭을 원하는 노동조합을 차별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즉 한군데의 노조와 개별교섭에 동의했다면 다른 모든 노조와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회사가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 교섭단위분리결정을 받은 적도 없는데, 이미 경주공장 C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한 사실이 있다"며 "그렇다면 지회와 B노조에 대해서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록 지회와 B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이는 노조들의 편의에 따라 이뤄진 것일 뿐 지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취득한 것은 아니다"며 "그렇다면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회소속 조합원 투표만 거치면 될 뿐, B노조 조합원을 포함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장석우 법무법인 여는(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항소심은 개별교섭동의의 효력이 전체 노조에 적용된다고 보아 금속노조가 외관과 달리 노조법이 정한 교섭대표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고, 따라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소수노조 조합원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3개 이상 노조가 있는 경우 1개 노조에 대한 개별교섭동의는 교섭단위 분리결정이 없는 한 전체 노조에 적용된다는 고용노동부 지침은 있었지만, 법원 판결로는 첫 케이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