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에 ‘합격’ 통보 후 채용취소는 “부당해고”...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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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3,068회 작성일 20-07-21본문
최종 합격통지를 해놓고 근로자에게 뒤늦게 채용취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지난 5월 8일, 의류와 화장품 판매 회사인 A법인이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해 A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법인은 2018년 2월, 헤드헌팅업체에 온라인 화장품사업 해외마케팅 업무를 담당할 인력의 채용을 의뢰했다. 다음 달인 3월, 헤드헌터인 장 모 씨는 권 모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A사 사업부장 직무를 제안했고, 권 씨도 장 씨에게 이력서를 송부했다.
이후 면접절차를 거쳐 대표이사와 부회장 면접이 진행됐고, 결국 장씨는 3월 23일 헤드헌터로부터 '최종합격 및 처우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아 합격을 통보 받았다. 이메일은 A사가 제시한 연봉 1억, 사업영역에 따른 성과수익 5~10%의 인센티브 등 근로조건을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장 씨 역시 헤드헌터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입사는 6월 1일로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고, 이후 4월 30일자로 기존 직장에서도 퇴사했다.
그런데 A사 대표이사는 5월 15일, 헤드헌팅업체 이사에게 "열악한 상황이라 장 씨의 입사를 하반기로 조정 가능하겠냐"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장씨는 대표이사와 부회장 면담을 하고 이후 통화도 했지만, A사는 5월 24일, 장씨에게 연봉 6,000만원과 조정된 성과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조건을 보냈다. 장씨가 A사에 연봉금액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A사 측은 "내부적으로 조정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 씨는 대표이사에게 전화해 "채용 여부를 정확히 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표이사는 "해외영업 쪽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장씨도 기존 계약과 동일조건 등과 매출 목표가 담긴 답장을 보낸 바 있다.
그럼에도 A사는 결국 채용을 취소했고, 6월 1일, "입사지원을 불합격 통보한다"고 이메일로 통보했다. 장씨는 해고통지서를 요구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해고 통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장씨는 부당하게 채용을 취소했다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와 중노위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자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은 "장씨와 A사 간 근로계약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채용내정 통지(합격통지)로 근로계약이 성립했기 때문에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은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 불요식 계약"이라며 "장씨가 A에 지원해 면접 절차를 거쳤고, 그 이후 장 씨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객관적이고 외부적으로 표명해 장 씨에게 통지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 이뤄진 것이므로 근로관계는 (합격 통보를 한) 3월 23일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채용 의뢰 당시 담당업무나 자격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이력서 또한 충분히 구체적이라 근로계약이 성립될 정도로 업무 내용이 충분히 특정됐다고도 덧붙였다.
변경된 근로조건을 제시한 것도 일방적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가 제시하고 장씨가 수락한 연봉 1억 등 근로조건은 이미 쌍방 의사 합의로 결정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장씨와 A사 간 성립된 근로계약에 '업무능력 등을 평가한 후 채용하겠다'는 해약권이 유보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용내용 통지로 근로계약이 성립했다면 계약성립시부터 근로기준법 제한을 받는다"며 "(따라서)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며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장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노총 법률원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이 근로계약체결의 필요요건은 아니므로 의사합치만 있으면 근로계약 관계는 성립한다는 당연한 법리"라며 "현실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몇 년 씩 일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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