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 맞추려고"... 입사 9주만에 격무로 사망한 수습용접공,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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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01회 작성일 20-07-21본문
수습 용접공이 납기를 맞추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다 입사 9주만에 심근염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망 전까지 이뤄진 장시간 근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심근염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이상주)는 지난 5월 14일, 근로자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해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근로자 A씨 등은 가스배관이나 진공배관을 주문받아 제작하는 기업 소속 근로자로 2017년 4월 입사해서 근무해 왔다. A씨 등은 배관사가 설계도면을 보고 배관을 가용접해서 파이프를 전달해 주면, 이를 최종적으로 본용접을 하는 일을 맡아 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A는 배관사가 없는 휴일이나 야간에도 혼자 근무하며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일이 많았다. 또 재해 조사서에 따르면 해당 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로 나타났다.
A는 2017년 4월 28일 입사했는데 결국 9주가 지난 6월 30일 사망에 이르렀다. 조사결과 A씨는 입사 이후 납기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연장 및 야간, 휴일 근로에 투입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 외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A가 사망하기 전 4주 동안 휴일은 2일이 불과했고, 사망하기 전 12일은 휴일 없이 연속으로 근무했다. 사망 전 3일 동안은 총 38시간을 넘게 일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사망 전날에는 A가 동생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달 동안 야간 및 주말근무를 해야 한다"며 "(상급자인) 배관사가 추가 용접사를 구하는 걸 거절했고 몸이 안 좋은데도 쉰다고 말할 수 없어 지지난주에는 몸살이 났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평소 동생에게 "7월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건강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던 A씨는 사망 2주전부터 급성기관지염으로 진료를 받았고, 감기몸살과 복통 증세를 앓기도 했다. 부검결과 A씨는 심근염이 있음이 밝혀졌다. 법원 감정인은 "아크용접시 발생하는 스모그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체 산화 스트레스가 올라가 심근염이 발병될 수 있다"고 판단해 사망과 업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A씨의 주변인들도 "A가 경력 15년 이상의 용접사와 업무량을 비교당해 힘들어했다"며 "야근과 주말근무에 지쳐 있고 휴가도 거절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사업장 관리담당자도 "3주차부터 증상 발생 전까지 납기 내 납품을 위해 새벽 2시까지 근무한 적도 있고 다수의 야간근무를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근로자 A씨 측은 "강철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해가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2017년 4월부터 급격히 업무량이 증가했고 기숙사에 산다는 이유로 사망 직전 1주 동안은 70시간 동안 근무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심근염을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용접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고 고가 자재를 다루는 등 정신적 긴장도 높다"며 "업무 인원이 상당수 감원된 데다 업무가 A에가 몰려 수시로 야간이나 주말 근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업무량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으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면역력도 저하됐을 것"이라며 "사망하기 2주 전 급성기관지염 진료를 받고 감기몸살이나 복통 증세를 호소한 사실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한 것이 바이러스 활성을 촉진했고, 심근염 증상을 악화시켰다"며 "A에게 따로 심혈관계나 면역체계 관련 질환이 없었다는 점을 보면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 특별한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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