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원으로 승진하면 계약직 근로자 맞다···정년보장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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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28회 작성일 20-12-18본문
기업 부장들이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 임원 승진을 거부한다는 한 대기업 사례가 이슈된 바 있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당연히 계약직이 되고,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게 통상적으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관련한 판결은 드물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다. 임원은 계약직 근로자가 되고, 당연히 기존 일반 직원일때와 근로계약 관계가 단절된다는 판시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지난 9월 18일, 화물운송업 회사인 D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A씨는 2002년 4월 D주식회사의 전신에 입사했고, 약 10년간 인사 관련 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2016년 4월부터 비등기 임원인 상무보로 승진하게 됐다. 계약기간은 1년이었으며, 이후에도 8개월, 1년 단위로 2018년 12월 31일까지 계약을 갱신했다. 다만 A가 하는 업무 형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A가 종사하는 업무를 모기업서 관할하게 되면서, D사는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에 D사 대표이사는 계약 기간을이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11월, A를 불러 "계약갱신이 어렵다"며 사직을 권고했다. 이에 A는 사직원을 제출하면서 "2019년 3월까지 임금을 보전해 주고, 남은 기간 동안은 유급 휴무를 받게 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며칠 후 D사측 다른 임원이 A에게 전화를 걸어 "2019년 임금은 6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는 "그런 조건이라면 사직할 의사가 없다"며 사직의사를 철회했다.
하지만 D사는 2019년 3월, 이사회를 개최해 A에게 "사직원 수리 및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한 임원 업무 해촉 통보"를 했다. A의 사직원 제출이 유효하므로 이를 수리해 사직으로 처리했고, 계약기간도 이미 종료했다는 취지다. 이에 A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부산지노위와 중노위는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D사가 소송을 제기한 것.
결국 이 사건에서는 ▲A가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 적법한지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먼저 법원은 A가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의 사직원 제출은 근로계약 합의해지 청약일 뿐 일방적인 해약의 고지가 아니다"라며 "대표이사가 A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도 청약의 유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데 논의한 조건과 달리 임금 60%지급을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조건을 변경한 것은 A가 낸 청약에 대한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따라서 변경된 사직 조건을 통보 받고 A가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은 적법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근로계약기간은 임원 계약이 끝나면서 종료됐다고 봤다. 기존 일반 직원으로서의 근로계약은 종료됐고, 임원으로서 기한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 근로자가 됐다는 의미다.
A씨 측은 자신이 여전히 정규직 근로자이므로, 정년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도 "(일반 근로자일 때와 임원일 때 사이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임원 승진 당시 기존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도 없었을뿐더러, 4대 보험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
하지만 법원은 "임원계약에서 기간을 1년으로 정했고, 이후 연봉계약서를 계속 작성한 것도 새로운 계약기간 동안 연봉을 정하려는 의사와 더불어 근로관계가 계약기간 동안 존속한다는 합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임원으로 위촉되면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두렵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 A가 인사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해 와 임원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사실, 애초에 A가 대표이사 사직 권고를 받아들인 것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법원은 "A는 비등기 임원으로 승진하면 근로자로서 지위가 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4대 보험에 대해서도 "계약직 근로자 변경 여부 판단에 영향이 없다"고 꼬집었다.
A씨 측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되는데도) D사 대표이사가 A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은 A가 계약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의미"라는 취지로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권고 사직으로 처리해 퇴직일을 2019년으로 늦춰 임금을 일부 보전해 주려는 예우 차원의 권유"라고 해석했다.
이어 "기간제법과 시행령 제3조 3항 5호에 따라, 연봉이 고액인 A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에 해당하므로, 참가인 A에게는 무기계약직 전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최여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관련한 기존 법원 판결은 없는 것으로 보여 의미가 있다"며 "임원이 된 후 맡은 업무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4대 보험이 유지된다고 해도, 임원 계약 체결 당시 근로자가 계약직인 임원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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