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치원 교사, 등원지도ㆍ점심식사 시간도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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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72회 작성일 21-01-05본문
유치원 교사가 출근할 때 유치원생과 함께 통학차량에 탑승하는 등원지도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치원 교사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됐다. 법원이 등원지도 시간과 점심시간에 유치원생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지도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19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단독 전진우 판사)이 A씨 등 유치원 교사 3명이 유치원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등 미지급임금지급 소송에서 A씨 측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7월 10일 "유치원 측은 원고(A씨 측)에게 각각 250만~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이 같이 판결했다.
A씨 등은 경기 고양시 한 유치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월 100만원 안팎으로 급여를 받고 교사로 일하다 지난 2018년 2월 동시에 퇴사했다. 이들은 일하는 동안 유치원생 등원을 위해 오전 8시 30분 차량에 올라 등원지도를 해왔다.
그러나 근로시간으로 인정된 시각은 오전 9시부터였다. 유치원생들을 계속 돌봐야 하는 점심시간과 외부인사 초청 특강시간도 근로시간에서 제외됐다.
A씨 등은 그동안 제외됐던 근로시간을 토대로 유치원에 퇴직금 등을 요구했다. 유치원 측은 해당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면서 이들 요구를 거부했다.
A씨 등은 결국 공단 문을 두드렸다. 공단은 등원지도 시간, 점심시간, 특강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보고 최저임금 미달액과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계산해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원고들은 등원지도를 목적으로 통학차량에 탑승함으로써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등원지도는 피고(유치원 측)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점심시간과 특강시간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업무강도가 다소 감소되고 현실로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등 휴식시간이나 자유시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서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이 판단한 이유로는 A씨 등이 점심식사와 특강 시간에도 유치원생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법원은 "(유치원생들은) 점심식사 시간에도 배식, 식사지도, 양치지도, 도시락 정리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이 점심시간에 휴게시간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대별로 교대 근무조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특강시간에 원고들이 필수적으로 수업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시간 동안 출석카드 및 가방 점검, 수업준비, 간식 및 점심식사 준비 등 보조업무가 계속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강시간에 참석한 유치원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 등 보조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A씨 등을 대리한 황철환 공단 변호사는 "유치원 교사들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어린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봐야 하는 근로특성이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이와 비슷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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