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 처리 에이전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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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55회 작성일 21-01-14본문
삼성화재에서 사고가 난 고객들을 상대로 사고출동 서비스 업무를 대행한 '에이전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지난 10월 15일, 사고출동서비스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트 A 등이 삼성애니카손해사정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 등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피고 회사와 사고출동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한 에이전트다. 이들은 피고 회사의 지배회사인 삼성화재 해상보험 주식회사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장에 출동해 현장사진을 찍는 등 사고 내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입력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에이전트들은 애니카 어플리케이션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출동 가능' 상태로 표시한다. 이후 사고가 접수되면 외부 용역업체인 콜센터 직원이 애니카 앱을 통해 에이전트들에게 출동요청 메시지를 보낸다. 이 출동요청은 피고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있는 에이전트에게 먼저 발송됐으며, 1분 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콜센터로 다시 관제된다.
에이전트들은 피고 회사가 규정한 복장을 착용하고,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계약상 관계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재위탁할 수 없었다. 다만 담당 관할 지역을 넘어 출동하는 경우도 있고, 대기 시에 별도로 근무장소가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관계 아래 에이전트들은 "위임계약이라는 형식과 달리, 실제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업무의 개시나 방식에 재량권이 보장되고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매월 수수료도 현저하게 달라진다"며 "원고들은 겸직을 하는 등 개인사업자일 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고 맞섰다.
법원은 "사고출동 서비스는 삼성화재의 대외적 이미지와 직접 관련이 있어서, 삼성화재는 에이전트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고 볼 요소는 인정된다"면서도 "그럼에도 원고들이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라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업무지침을 작성하기도 했지만, 이는 수임인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점검하는 의미"라며 "일부 지역에서 근무계획표가 작성됐지만 그렇다고 삼성화재가 에이전트들이 근무할 장소나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전트들은 스스로 출동 가능상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며 "(위임계약에 따르면) 에이전트 겸직 금지 규정이 없고, 실제로 에이전트 윤 모씨는 렌터카 회사를 설립해 소득을 얻기도 했으며, 신 모씨는 다른 화재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출동 가동률을 분석해 보면 매달 가동률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근무가 강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라며 "삼성화재도 에이전트들에게 출동 목표건수를 정하거나 업무 수행을 독려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에이전트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삼성화재에 업무를 우선 배정하라는 노동쟁의 신청을 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이전트들은 실제 업무처리 시간과 관계 없이 출동 건수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를 곱한 금액만 지급 받은 사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삼성화재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으며, 유류비를 자비로 부담한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근거로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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