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포괄임금 인정 안 돼”…2심서도 근로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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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1회 작성일 21-03-09본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주장하는 포괄임금제는 노사 간 명시적 규정이나 합의가 있지 않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관용)는 지난 1월 21일, 한국항공우주산업 근로자 1,4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이 같이 판단 피고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이 정당하다는 의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회사')은 근로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시간외 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다가, 2018년 7월부터 급여에 수당을 포함해 지급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발생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라"는 주장과 함께 "시간외 근로수당은 퇴직금 계산 시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퇴직금 차액도 추가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회사 측은 "이미 시간외 근로수당에 갈음해서 기본급의 20% 수준의 자기계발비와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는 포괄임금제 합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전신인 삼성 항공은 94년에 연장근로 수당을 '자기계발비' 수당으로 전환한 바 있다. 또 회사 급여명세서 알림란에도 "기본급은 소정근로시간 20%에 해당하는 연장, 휴일, 야간 근로 포함"이라고 기재된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관건은 노사 사이에 포괄임금제 합의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앞서 1심 법원은 "포괄임금제 합의가 존재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포괄임금제 성립을 부정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근로형태나 업무형태에 비춰볼 때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지 않고, 회사 측 주장처럼 기본급에 시간외 근로수당을 포함해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고 지적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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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도 이 같은 1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증거가 문제됐다. 2심서 제출된 회사와 노조가 작성한 복지후생 합의서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 20%에 해당하는 연장, 휴일, 야간근로수당은 기본급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 경우에 따라서는 포괄임금제 합의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내용만으로 포괄임금제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법원은 "합의서는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시간외 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이후에 작성됐다"며 "합의서에도 '향후 진행될 수 있는 소송에 소송자료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서 증거로 제출하지 않기로 합의된 문서"라며 이 문서를 근거로 포괄임금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항소심에서는 시간외 근로시간 증명책임이 문제되기도 했다. 1심에서 교통비 청구 내역을 근거로 초과근로 수당을 청구했는데, 회사 측은 "초과 근로시간이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 '교통비 운영제도'에 따르면, 근로자가 교통비 지급사유 발생 시 신청하면, 부서장이 일 단위로 승인하는 방식이었다"며 "예컨대, 평일 2시간은 20,000원, 평일 3시간은 30,000원, 휴일 4시간은 60,000원 등 잔업시간을 특정해서 교통비를 신청한 점 등을 보면 2015년 4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지급 승인 시간만큼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증에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추가로 "199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24년간 합의에 따라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왔고, 근로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노동조합과 포괄임금제 임금체계를 폐지하고 실제 초과근로시간을 산정해서 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자, 실제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초과근로시간 법정수당 지급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라며 주장을 기각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문성덕 한국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시간외수당 청구 소송에서 앱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기록한 경우에도 시간외 근로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다"며 "초과 근로시간을 입증하는 게 매번 문제가 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입증을 인정해 원고 청구가 전부 인용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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