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업체 운영하며 근로자 돌려써 퇴직금 안준 사업주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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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78회 작성일 21-03-16본문
동일한 사업주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한명의 근로자를 돌려쓴다. 그리고 중간에 근로자를 다른 자신의 사업체로 이직시킨 다음, 각 사업체에서 근로기간이 1년이 안됐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근로기준법 등을 변칙적으로 회피한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단독 판사 엄상문은 지난 1월 12일, 사업주 백 모 씨가 자신의 근로자인 김 모 씨를 상대로 청구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백 씨는 서울에서 A도서출판사의 대표자이자 개인사업체로 B학원과 동영상 서비스업체인 C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였다. 로스쿨생인 김 씨는 2016년 11월부터 신림동 고시촌에서 백 씨가 운영하는 A출판사에서 변호사 시험 기출문제 해설 알바를 해 왔다.
근무를 시작한지 5개월이 된 2017년 4월, 백 씨는 "정직원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B학원으로 옮겨 일하라고 얘기했고, 김 씨는 B학원과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그렇게 2018년 2월까지 B학원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백 씨는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퇴직금(이하 임금채권)을 지급하지 않아 김 씨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했고, 춘천지방법원에서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됐다. 결국 임금채권을 근거로 백 씨에 대한 채권압류 명령과 추심 명령이 은행에 송달됐다. 이에 백 씨가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한편, 백 씨는 같은 사실로 고소도 당했지만, "초범이며 체불금액이 크지 않고 이를 이미 청산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백 씨는 소송에서 "김 씨가 B학원에서 연장근로한 것은 맞지만, 학원은 당시 4인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개인사업장이므로 연장근로수당을 가산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 5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B학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A출판사와 B학원은 엄연히 법인격이 구분된다"며 "김 씨가 A출판사에서 퇴직하고 B학원과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계속 근무기간이 (양쪽 모두에서) 1년이 되지 못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중간에 고용관계가 단절이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엄 판사는 "김 씨는 백 씨의 업무 지시에 따라 백 씨의 도서출판사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김 씨는 도서출판 교재 작업을 백 씨가 지정한 같은 장소에서 계속 담당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증거도 없을뿐더러, 업무보고에 따르면 계약서를 새로 쓴 다음에도 김 씨는 계속 같은 작업을 했는데, 근로관계가 단절됐음에도 계속 같은 업무를 한 점을 백 씨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사와 B사의 업무가 다름에도, 김 씨가 맡은 업무는 계속 교재 해설 작업으로 동일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법원은 "백 씨는 세 개 사업체 중 하나를 골라 그 명의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며 "김 씨로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임금만 되면 근로계약서 작성 상대방 명의나 사업체 명의, 입금 계좌가 어디인지는 문제삼지 않았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근무기간 도중)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입금자 명의가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관계 단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백 씨는 구인광고에도 도서출판사와 학원이 같은 회사라고 밝히기도 했고, 경리업무도 세 업체 모두 백 씨가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김 씨의 업무내용 보고도 모두 같은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진 사실도 밝혀졌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원고의 이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하고 근로자 김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박성태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법인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같은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간판만 세 개를 걸어놓고 내부에서는 파티션으로만 구분해 사실상 같은 업체으로 볼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법원이 대표와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계속 했던 점을 중요하게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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