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사용은 불법파견…2차 하청 근로자도 직고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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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19회 작성일 21-06-30본문
한국지엠(GM)이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협력업체를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이므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2차 하청업체 근로자도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도 함께 내려 눈길을 끈다.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정창근)는 지난 5월 27일,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4명이 한국지엠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근로자들은 한국지엠의 사내협력업체, 또는 사내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에 입사해 부평공장 및 인천항 KD(자동차 부품을 별도로 판매하기 위해 부품 단위로 포장하는 업무)센터에서 근무해 온 사람들이다.
지엠은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해 사내협력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왔다. 원고 근로자들은 "사내협력업체가 근로자들을 지엠 사업장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라며 "근로자파견사업에 관한 고용부 장관 허가를 받지 않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역무를 제공 받은 지엠은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들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엠 측은 "독립사업자인 사내협력업체들과 적법 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지엠이 원고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에 지휘명령 하지 않았다"며 "특히 간접 생산공정은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는 작업과 업무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므로, 지엠소속 근로자들과 원고 근로자들이 공동작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자동차 생산 공정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는 직접 생산공정, 분리돼서 이뤄지거나 보조하는 공정인 간접 생산공정으로 나눠진다. 이 중 간접 공정이나 KD 같은 업무에 대해서는 더욱 근로자 파견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
"KD포장 공정 등 간접공정이나 보조공정도 지엠 사업에 실질적 편입"
재판부는 "원고 근로자들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지엠 공장에 파견돼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파견법이 정한 파견근로자"라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먼저 지엠이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엠이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작업위치를 지정했고 생산량이나 시간당 생산대수, 작업일정을 결정했다"며 "이렇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량이나 순서, 속도, 시간을 사실상 결정했고 이로써 사내협력업체 공정이나 생산량도 수시로 변경했다"고 꼬집었다.
이 점은 간접공정이나 보조공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D공정의 경우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통제와는 관련이 없지만, KDMS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작업량이나 작업방법 등 지시를 했다면 이는 KD공정 근로자들을 개별적으로 통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엠이 소속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표준작업서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동일하게 준수하도록 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작업서에는 작업방법이나 시간을 통일하고 획일적 기준을 정하고 있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독자적인 작업진행을 할 여지가 없다"며 "이는 도급이 아니라 노동력 행사 '과정'에 대한 지시를 통해 작업 방법을 구체적으로 통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를 기본으로 한 연속 공정에서는 선행공정을 배제하고 후행공정만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간접공정이나 보조공정이라고 해도 다른 공정 작업량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며 "모두 한 대의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이기 때문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지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결정과 근태관리에 대해서도 "지엠이 결정한 작업시간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됐고 이들의 작업배치권과 변경권도 지엠이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반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협력업체 고유의 특별한 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협력업체가 특유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지엠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도 직접 고용 해야"
한편 지엠은 원고 중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는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근로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일축했다. 재판부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도 다른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과 동일하기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인 계약서 작성이 없다고 사용사업주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위법하게 근로자를 파견 받아 사용하면서도 제2의 도급업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지엠이 직접 고용의무 발생일에 고용의무를 부담하는 데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과 협력업체서 받은 임금의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 지회는 "이번 재판에서는 2차업체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 3명도 포함하고 있다"며 "2, 3차 노동자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판결 뿐만 아니라 체불임금까지 인정한 승소판결이라, 앞선 판결들 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청으로서는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 사이의 계약 내용 등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며 "원청이 2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휘명령 했거나 1차 협력업체의 존재가 유명무실하다고 볼 정도가 아닌데도 원청과 2차 협력업체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쉽게 인정할 경우, 원청에 지나친 불의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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