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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호 위반으로 숨진 근로자, 도로하자 때문이면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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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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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내 사망한 근로자라고 해도, 그 사고가 도로의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는 지난 9월 8일, 유족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 장 씨는 건물청소 업체에서 고객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다. 장 씨는 2019년 10월 경 아침, 승용차를 운전해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교차로에서 적색신호임에도 그대로 진입했다. 결국 교차 방면으로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장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날 저녁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부인인 A씨가 11월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재해의 원인은 고 장 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신호위반이라는 중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사고 원인이 고인의 주된 행위로 발생한 재해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가 소송을 선택한 것.

우리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당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고의, 자해 행위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경우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는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공단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통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신호위반 운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교차로 신호등의 설치관리상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는 진입하는 차량 운전자가 한눈에 반대차량 차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신호등도 반대차량 차로 위에 설치돼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인지해도 다른 진행방향의 신호등으로 착오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제주특별시도 그런 문제를 인식해서 조사와 교체 작업을 하고 있고, 공단이 작성한 재해경위서에도 '근로자가 신호 변경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기재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비록 A에게 과실이 일부 있다고 해도, 이 사건 재해가 오로지 장 씨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공단의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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