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엘지디스플레이 반도체 공장서 폐암 사망 근로자,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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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91회 작성일 20-12-18본문
엘지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한 협력업체 근로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밝혀지지 않은 물질이 근로자의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지난 9월 11일, 근로자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설치 및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설치엔지니어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엘지디스플레이 구미와 파주 공장에서 근무했다. 엘지디스플레이 근무 중에는 간헐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 공장에 출장을 가기도 했다. 그러던 A는 호흡곤란 등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결국 2012년 폐암 진단을 받게 됐다.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뇌로 전이됐고, 결국 2013년 6월 사망하게 됐다.
유족들은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공단)은 "업무내용상 방사선 노출 가능성이 낮다"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재심사 청구마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서 기각 되자 유족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노광장비 설치 과정에서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벤젠이나 니켈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과정에서 노출된 방사선 수준은 매우 미미하다"는 작업환경평가를 근거로 들어 이를 반박했다. 그 외에도 A씨는 약 16~19년간 흡연한 이력이 있었고, 진료 기록에는 19년 동안 1일 1갑씩 흡연했다고 기재한 점도 밝혀졌다.
하지만 법원은 "A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 된다"며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며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엘지디스플레이 공장 작업환경평가에서 니켈이 검출됐는데 이는 폐암유발에 원인이 되는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산업현장 작업환경에 존재하는 유해물질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반도체 공정서 사용되는 다수 화학제품의 성분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A가 노출된 여러 유해물질이 폐암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학 수준에서 발병 의심 물질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작업환경평가에 대해서도 "과거 평가의 경우 일반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며, 최근 평가의 경우 A가 폐암 진단을 받고 4년이 지나 이뤄진 것"이라며 "A가 근무하던 시기의 작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A가 노광장비 설치 및 보수 업무에 종사한 11년 6개월은 폐암 발병하기에 짧지 않은 기간"이라며 "폐암 발견 당시 A가 만 38세였는데 통계적으로 폐암은 40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고도 밝혔다.
A의 장기 흡연력에 대해서도 "A에게 발생한 폐암은 흡연과 연관성이 낮은 유형이며, 일반적인 암 진행양상과 급격하게 진행된 점을 보면 흡연이 아닌 요인이 발병요인으로 의심된다는 감정의의 소견에 비춰 볼 때, 유해물질과 흡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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