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과장, 대리급 다수 가입했다고 어용 노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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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21-01-21본문
대리급 이상 인사 담당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어도 이 직원들에게 업무평가 권한이 없고 사실상 연차나 휴가요청서를 검토나 확인하는 업무를 맡은 것에 불과하다면, 이들을 노조법에서 가입을 금지하는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로 볼 수 없으며 노조 설립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 12민사부(재판장 정욱도)는 지난 10월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경주지부 영천다이셀 지회가 기업노조인 영천다이셀 노조를 상대로 청구한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0가합201549). 두 노동조합 모두 자동차 안전부품을 제조하는 주식회사 영천다이셀에 속한 노조다.
지회는 2019년 4월 설립됐고, 영천다이셀 노조는 2019년 11월에 설립된 신생노조다. 회사는 2019년 11월 두 노조를 교섭요구 노조로 확정 공고했고, 이후 영천다이셀 노조가 자신이 과반수 노조라고 회사에 통지하자 회사도 이 통지를 공고한 바 있다.
지회는 경북지노위에 과반수 노조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중노위도 마찬가지 판정을 내렸다. 결국 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된 바 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영천다이셀 주식회사는 상시근로자 170여명이 근로 중이었으며, 영천다이셀 노조 조합원은 81명이고 이 중 대리급나 과장급 직원이 14명이다.
지회는 영천다이셀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영천다이셀 노조 소속 조합원 중 14명이 대리급 이상인 점을 들어 "사용자 지위에 있거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서 행동하는 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며 또 "사용자가 영천다이셀 노조 설립에 적극 개입하는 등, 해당 노조는 자주적인 노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결국 이 시건의 쟁점은 대리급 이상 직원들이 노조법에서 노동조합 참여가 금지되는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됐다. 우리 노조법은 노조의 자주성 확보를 위해 근로자 인사나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회는 대리급 직원에게 소속 직원에 대한 연차승인, 근태관리, 성과평가 관리의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리급 모든 직원에게 이런 권한이 일률적으로 부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1차 업무평가 권한은 상위직급자인 팀장에게 있고, 대리급 직원은 연차나 휴가요청서를 검토나 확인하는 지위에 불과하며 최종 승인권한은 공장장 등 상위직급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영천다이셀 노조 설립에 개입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조 위원장은 설립에 앞서 한국노총 영천지부에서 노조 설립에 관한 상담을 받으며 노조규약, 단체협약 초안을 수령하는 등 노조 설립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자료를 얻었다"며 "이후 한국노총 구미상담센터에서도 재차 상담을 받는 등 한국노총 산하기구 조력을 토대로 노조를 설립한 것"이라고 지적해 영천다이셀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가 새롭게 들어선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생기면 교섭대표 노조 확정 공고 문제부터 조합원수 진위까지 사사건건 갈등이 생긴다"며 "노조 설립 일자도 그렇고, 관리자급이 참여한 노조가 과반수 노조 지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상대 노조가 어용노조가 아닌지 의심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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