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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정수기 설치기사도 근로자, 주휴수당 줘라···용역수당은 포괄임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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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21회 작성일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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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설치 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소 근로시간 등이 불확실하다고 해도 포괄임금제가 인정되지 않으며, 주휴수당 계산을 위한 통상임금 산정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라 눈길을 끈다.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는 지난 2월 19일, 정수기 설치기사 김 모씨 등 8명이 정수기 제조, 판매, 임대 업체인 주식회사 T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 등은 T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 필터교체, 점검, 수리, 설치 등의 업무를 수행해오다 퇴직한 기사들이다. 이들은 T사의 지역사무소에 배정돼 업무를 처리하면서 매월 용역비를 지급 받아 왔다.
그런데 김 씨 등은 2017년 경 T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이 판결이 울산지법에서 인용-확정 되면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은 바 있다. 이렇게 인정 받은 근로자 지위를 근거로 근로자들은 T사를 상대로 연장근무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휴일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
T사 측은 포괄임금제를 주장했다. 회사는 "매월 실적에 따라 법정수당이 포함된 용역수당을 지급한 포괄임금계약"이라며 "따라서 미지급 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포괄임금이 아니라고 해도, 용역비는 월급에 해당하므로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과 함께 "소정 근로일을 정하지 않아 주휴수당 발생 여부를 논할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월급은 주휴수당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고, 후자는 주휴수당을 구하려면 통상임금과 소정근로시간을 정해야 되는데 업무 특성상 계산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먼저 포괄임금제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반드시 어렵다고 볼 수 없고, 용역수당을 책정하면서 야간 또는 휴일근로 빈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포괄임금이라고 본다면 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가산 받을 수 있는 수당을 전적으로 포기하는 셈이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약정"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가 효력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조건이 필요한데, 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주휴수당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용역비는 월급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월급은 임금이 월단위로 결정돼 지급되는 형태지만, 이 경우는 성과 등을 고려해 책정한 용역비를 월단위로 지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업무실적에 따른 수당은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해 주휴수당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근무시간 등을 산정할 수 없어서 통상임금을 정할 수 없으므로 주휴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회사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근로시간 계산에 나섰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로그시간 외에도 고객 방문 준비나 이동 등 부수적 행위에 걸린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했다. 이어 그 외에 근로자들의 일일 업무처리 건수와 1건 당 소요시간,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해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1개월 174시간으로 설정하는 방식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주휴수당 계산의 '분자'꼴인 임금 총액도 문제가 됐다. 회사는 "용역비 중 업무실적에 따라 지급이 비고정적인 수당 등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며 용역비 일부는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객들이 지급하는 관리비나 렌트비의 일정 퍼센트를 수당으로 받는데, 이는 고정급에 가까운 금원"이라며 따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용역비는 도급제 근로에 따른 것이므로 총액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계산해야 한다"며 지급받은 용역비 총액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 밖에 연차휴가수당 지급의무도 함께 인정했다.
사건을 담당한 이충윤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도 법정수당을 모두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사업자들에게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세금, 퇴직금, 관리비 등을 감안해 임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보다 많은 용역비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런 판결대로라면 개인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한 기업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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