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종업원 부당노동행위 이유로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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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08회 작성일 20-06-25본문
법인 종업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으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선고가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같이 선고했다.
A법인은 여객자동차 운송업체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상황이다. 그런데 A법인의 대표이사 겸 관리인 B와 종업원 C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됐다. 이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정식 재판 도중 A법인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양벌 규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사건을 맡고 있던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것.
우리 노조법은 법인의 종업원과 대표자가 법인 업무에 관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경우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취지의 양벌 규정(94조)을 두고 있다. A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을 펼쳤다. 다만 모든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제81조 제1호(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정당한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를 위반한 경우'가 문제됐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 법조항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법조항은) 법인 업무에 관해 종업원이 노조법상 특정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 종업원을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이 면책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정하지 않고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인이 주의의무를 다해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의 의사 결정이나 행위구조 등 법인이 독자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이 범죄행위를 하면 법인도 형벌을 부과 받는 것은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인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 법인이 처벌 받는 부분은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법인 대표자의 행위는 종업원과 다르다"며 "법인을 대표하는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라 법인의 행위가 실현되므로, 대표자의 행위로 인한 법률행위는 법인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 대표자의 위반행위는 법인 자신의 위반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대표자의 위반 행위에 대해 법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종업원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내용의 양벌규정은 대체로 위헌으로 보는 추세다. 헌재는 "2009년 7월 30일 내린 2008헌가14 결정 이래로, 종업원 등이 법인 업무와 관련해 범죄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을 처벌하고 면책사유도 정하지 않은 양벌규정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이 선언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11일 2017헌가30결정에서도 위헌 판단이 나온 것. 다만 이번 사건과 다르게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81조 4호 본문)가 쟁점이었던 사건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도 "노조법에서 종업원 등이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헌재는 "종업원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더라도 그를 고용한 법인에게 아무런 면책사유 없이 형사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임을 1년만에 다시 확인했다"고 결정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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