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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업무로 인해 태아 건강 손상도 업무상 재해...출산해도 수급권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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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59회 작성일 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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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출산을 했어도 여성 근로자들은 각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해 눈길을 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안철상)는 지난 4월 29일,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변 모씨 등 간호사 4명은 2009년 임신해서 2010년 아이를 출산한 바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고, 허 씨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임신 4주차에 유산 증후를 겪기도 했다.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중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모두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을 뿐, 원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하게 됐다. 제주 의료원은 고령환자를 위해 간호사들이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을 했는데,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 금지된 약들도 분쇄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간호사의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노사 간 쟁점이 됐고, 결국 제주의료원은 2011년 노사합의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근로자들은 이 역학조사를 근거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라며 2012년 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제주지사는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이나 질병만을 의미한다"며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도 자료보완을 요구하면서 민원서류 반려처분(거부처분)을 내렸다.
공단 측은 여성 근로자가 '유산'한 경우에 한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유산만이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가 손상된 경우이므로,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심도 원고들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변 씨 등 원고들의 질병이 아니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본 것. 또 출산을 했다면 출산한 아기들과는 별도의 인격체인 근로자들을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태아의 건강손상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헌법이 여성의 근로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 외에 모성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헌법 제32조 4항, 36조 2항)을 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이런 특별한 (여성 근로와 모성 보호) 규정들이 갖는 의미는, 여성의 직업 수행 영역에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히 보호를 받아야 하고, 국가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권리능력이 없고, 산재보험도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으로 취급된다"며 "모체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모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봤다.
태아의 건강손상을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보는 해석이 산재보험법 요양급여 제도의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재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적 보험을 통해 분담하는 산재보험제도 목적, 민사상 구제에서 사회보험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 등을 고려하면 임신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근로자는 물론 사업주에게도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그 밖에 근로자들이 청구한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장해급여와 달리 근로자의 노동능력 상실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법원은 "태아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에 관계 없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유산만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성과 태아 생명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유산과 태아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유산이 태아의 건강손상보다 우선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라는 산재보험법 규정을 근거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해 보험급여와 관련한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자가 그 후에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보험급여 수급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같은 이유로 태아의 건강 손상으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이상, 태아를 출산 했어도 근로자에게 요양급여 수급권이 계속 인정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의학기술 발전으로 태아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태아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고 태아에 대한 치료 시기를 출생 이후로 연기하면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나며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해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산재신청은 노동자만 신청할 수 있고 태아는 산재신청권이 없다며 산재불승인 판정이 내려졌고, 기나긴 소송으로 산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 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노동부도 수년째 태아산재인정 산재보험법 개정을 주요 추진법안으로 명시하고 있었던 만큼 20대 국회가 지금이라도 당장 태아산재인정 산재보험법을 통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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