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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위탁판매업자, 근로자 아니라 퇴직금 못 받아"···삼성물산, 대법원서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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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05회 작성일 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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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위탁판매원들은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최근 위탁판매업자들의 근로자성 문제에서 결론이 갈라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법원 판결이라 의미가 있어 보인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는 지난 6월 25일, 위탁판매업자 A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청구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해 삼성물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0다211184). 

원고 A 등은 백화점 아울렛 내 매장을 운영하며 삼성물산이 생산한 의류제품을 판매하고 매출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위탁 위탁판매 수수료를 지급받는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위탁판매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삼성물산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퇴직 이후 퇴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지급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이들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스스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상품을 판매한 독립사업자"라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 사건 쟁점은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삼성물산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인지 여부가 됐다.

삼성물산은 과거에는 백화점과 입점계약을 체결하고 정규직원들을 매장에 파견해 상품을 팔아 왔지만, 1997년부터 위탁판매원을 모집해 매장관리와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근로자들이 위탁판매원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제전환됐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위탁판매업자들은 6개월 단위로 위탁판매계약을 갱신했고, 갱신이 되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은 위탁판매원을 다시 모집했다.  삼성물산 측은 매출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수수료율이 계약에 따라 매장별로 달랐고 상한이나 하한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위탁판매원들은 삼성물산이 지정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했고, 정해진 행사기간이나 할인율에 따라야 했으며 임의로 할인판매를 할 수 없었다. 진열 방식도 구체적으로 지시 받았고, 요구가 있는 경우 진열사진을 촬영해 삼성물산에 보고하기도 했다. 근무시간은 백화점 운영시간에 따라 정해졌으며, 위탁판매업자들은 삼성물산에 업무 관련 공지와 지시사항을 보고하고 판매전략회의, 주요매장 간담회 등 교육을 받으며 지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위탁판매원들은 자기 명의로 사원을 채용했고 급여를 지급했으며, 채용여부나 조건, 출퇴근 등은 삼성물산의 관리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1심과 2심은 이런 사실관계를 근거로 삼성물산측의 손을 들어준바 있다.

대법원도 결국 삼성물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위탁판매업자들의 출근이나 퇴근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거나 휴가를 통제하지 않았고, 징계권도 행사하지 않았다"며 "매장 하위 판매원의 채용에 관여하거나 급여를 부담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원고들이 직접 하위판매원을 채용해 근태를 관리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매출실적에 위탁판매계약서에서 정한 수수료율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했을 뿐, 수수료에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아 매출 실적에 따라 매월 원고들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며 "운영에 필요한 비품도 원고들이 구입하거나 비용을 부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록 삼성물산이 매출실적을 독려하고 상품 판매방식에 교육이나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이는 삼성물산이 제조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통일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매출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탁판매원들 중에는 대리점을 겸업한 사례도 발견된다"라고 지적해,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삼성물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종전 대법원 판결은 비슷한 시기에 의류를 판매하던 정규직 직원들이 위탁판매원으로 일괄 전환됐고, 의류회사가 전환 후에도 매일 근태현황, 휴가 등을 통제했던 사안이었다"라며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사용자로서의 지휘나 감독의 징표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이 근로자성을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안별 지휘, 감독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가 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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