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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병원 당직근무는 통상근로···주간 환자수와 비례해 근로시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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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19회 작성일 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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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장례지도사가 당직근무 시에 실제 근로했다면 그만큼 시간 외 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직근무의 실제 근로시간은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시 환자수에 비례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당직근무를 통상근무로 보아 통상임금 및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었지만,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들의 경우에는 1996년 조선대학교 병원 판례 이후로 다투어진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보인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윤정인)는 지난 8월 13일, 근로자 김 모씨 등 8명이 강원도 영월의료원을 상대로 청구한 미지급수당 등 청구의 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씨 등은 영월의료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 장례식장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거나 퇴사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당직근무가 있는 날은 8시간 근무를 마치고 곧 이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15시간 당직근무를 선 다음, 다음날 주간근무는 휴식을 취했다. 방사선사들이나 임상병리사들은 보통 5일에 1번 정도 당직을 섰고, 장례지도사들은 3일에 1번 정도 당직을 서는 방식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당직 수당은 당직일마다 5만원 정도였다.
 
원고 근로자들은 "당직근무라고 하지만 통상 주간근무와 동일하고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시간외 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의료원은 "당직근무 중 실제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업무 없이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했다"며 "실제 업무시간에 대한 대가로 야간근무수당을 지급하고 다음날 휴무를 보장해 줬으므로 임금 미지급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당직근무 내용이 근무 밀도가 낮은 대기성 단속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주간근무와 동일한 업무에 종사한 시간에는 통상임금 및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인 원고들은 당직근무 중 환자를 진료하거나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 방사선 촬영, 혈액검사 등을 수행했고, 다른 원고인 장례지도사들도 장례식 업무 특성상 사체안치 업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직근무 시간 15시간 전부가 통상근무와 같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다하고, 당직근무는 기본적으로 통상 근무에 대비해 단속적인 형태"라며 "병원의 야간진료 환자는 주간에 비해 약 7~9%이며, 원고들이 당직근무 시간에 담당했던 건수도 주간근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원고들이 휴식이나 수면을 취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직근무 시 실제 근로시간은? "주간근무 환자수와 비례해 계산해야"
 
결국 법원은 실제 수행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당직근무 시 실제로 업무에 종사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자, 법원은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산정하는 방식에서 주간 환자와 당직근무 시 환자 숫자를 비료해 비례에 따라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취해 눈길을 끈다.
 
즉 재판부는 주간근무 8시간 동안 근로자 1인당 담당했던 환자수와 당직시 근로자 1인당 담당한 환자숫자를 서로 대비해서 계산하고, 그에 따라 실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 

이에 따라 영상의학과의 경우 당직근무 15시간 중 6시간 36분, 진단검사의학과는 당직근무 15시간 중 8.9시간을 주간근무와 동일한 내용의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례지도사의 경우엔 업무 중 비교적 비중이 큰 입관 건수를 기준으로 계산해, 6시간 12분을 주간 근무와 동일하게 일했다고 판단했다.
 
당직근무 중 야간근무시간이 어느정도가 되는 지도 비율에 따라 계산했다. 당직근무 15시간 중 야간근무시간이 8시간이므로, 총 근로시간 중 시간비율에 따라 야간근무시간을 도출해 낸 것. 예를 들어 영상의학과 당직근무 중 실 근로시간으로 인정된 6시간 36분 중, 비례에 따라 3시간 31분이 야간근무로 인정됐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코러스 류재율 변호사는 "주간과 야간의 병원 내원 환자 수, 검사 건수 등으로 통상 근무 시간을 비례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재율 변호사는 "다만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근로기준법 50조 3항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본 나머지 당직 근무시간도 '대기시간'인지 판단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법원의 평가가 없었다"며 "그 부분을 판단해 달라고 항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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