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청 공장서 컨베이어벨트로 작업물 전달 받은 하청...불법파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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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1건 조회 3,074회 작성일 20-05-06본문
육가공 업체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청구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하청업체가 원청 공장 안에서 작업하면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전달 받은 업무를 수행한 사내하도급 케이스임지만 적법 도급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라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최웅영)는 지난 2월 20일, 유명 돼지고기 포장육을 생산-판매하는 A협동조합의 하도급 업체 B회사 근로자 4명이 A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2018가합52788). 이 협동조합은 금융사업 등도 함께 하는 국내 최대 양돈전문 농협이다.
A협동조합(이하 '원청')은 양돈농가에서 공급받은 돼지를 도축-가공해 돼지고기 포장육을 판매하는 회사다. 사내 하청 업체인 B업체(이하 '하청')는 2017년 4월부터 A협동조합과 용역계약을 맺고, 돼지고기 생산 공정 중 가공(뼈제거와 고기 절단) 작업만 하도급을 받은 업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원청회사 공장 3층에 있는 작업장에서 가공 업무를 해왔다. 원청으로부터 도축된 돼지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들어오면,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특히 육가공 업무는 원래 A협동조합이 직접 근로자를 사용해 하던 업무였지만, 경영 효율성을 위해 2001년 이후 외부 업체에 위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가공 업무에 종사해 온 원고 근로자들은 외부 위탁과 위탁업체 변경에도 B회사에 고용이 승계돼 일해 왔다. 또 B사는 원청의 가공 업무 외에 별다른 영업을 하지 않았고, 설비도 모두 원청 소유였으며 하청업체 본점 주소지도 원청의 공장으로 돼 있었다.
이에 근로자들은 먼저 묵시적 근로계약을 주장했다. 이들은 "원래 원청 소속 근로자였고, 위탁 업체 변경과 무관하게 계속 공장에서 종사해 왔으며 원청업체가 인건비를 직접 부담했고, 업무에 필요한 기계나 설비도 모두 원청업체 소유"라며 "하청업체는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과 해고 등 결정권을 직접 갖지 못했고 육가공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어 독립성 없는 노무대행기관"이라고 주장해 원청과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묵시적 근로관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예비적 청구로 "육가공 업무는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공정의 일부로 A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이라며 파견에 해당하므로 A회사가 2년 이상 일한 자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불법파견' 주장도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렇다고 하청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는 노무대행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하청업체 대표는 예전에도 원청과 독립적으로 사업을 한 바 있고, 이미 2011년부터 육가공은 아니지만 창고관리나 급식가공 업무를 원청으로부터 위탁 받아 수행해온 바 있다"며 "다른 지역에 내부 조직을 두고 직위도 부여하거나, 신규 직원을 자신의 명의로 채용한 점을 보면 원청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견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청 업체 부장은 작업을 일시 중단시키면서 작업속도를 조절하기도 하는 등 구체적 작업 방법은 하청업체에 유보돼 있다"고 판단해,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하청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육가공 업무는 원청 직원이 담당하는 도축 등 다른 작업과 달리 전문성이나 기술성도 전혀 다르며 업무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그 근거로 "(원청에서) 도축된 돼지를 바로 육가공 작업을 하면 도축과 육가공은 유기성을 갖지만, 다른 곳에서 도축한 돼지를 하청업체 육가공 공정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유기성이 단절 될 수 있다"며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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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예슬님의 댓글
예슬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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