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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국지엠 생산공정에 하청업체 사용은 불법파견, 직접 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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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5회 작성일 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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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생산 연속공정 아래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돼 업무를 하고, 사실상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이는 불법파견으로 봐야 하므로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 6월 5일,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한국지엠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8나2028226).

근로자들은 지엠과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에 입사해서 지엠의 부평, 군산, 창원공장에서 근무해 온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은 파견법에 정해진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2년을 초과해서 파견근로자로 일했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지엠의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엠 측은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이라고 반박했다.

지엠 공장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생산 특성 때문에 근로자들의 작업시간이나 작업량은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과 작동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이다.

법원은 먼저 지엠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행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엠이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작업위치를 결정했고, 생산계획에 맞춰 생산량, 시간당 생산 대수, 작업 일정 등을 결정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의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사내협력업체나 그 근로자들에게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권한이 없어 지엠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 것"이라며 "이는 도급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업무지시권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지엠의 자동차 생산 공정은 컨베이어벨트를 기본으로 한 연속공정이라, 선행공정 없이 후행공정만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도, 정규직 근로자와 별개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 처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할 업무와 피고가 담당하여야 하는 업무는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고도 봤다.

지엠이 근로조건 등 근태관리에 관여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도 지엠이 행사해, 근무시간, 휴게시간, 휴가일정, 작업량과 속도 등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사내협력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그 공정의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이 새로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이 승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협력업체는 근로자 선발에 있어서도 고용을 승계하거나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신규 고용하는 등으로 상당한 제한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 ▲같은 공정에서 지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번갈아가면서 작업을 하기도 한 점 ▲표준작업서에 따른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일이라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설비는 대부분 지엠 소유였고, 협력업체의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되지는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사내협력업체들은 단순히 피고에게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만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지위 확인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지엠측의 신의칙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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